[책마을] 파트너와 政敵 사이…제왕과 재상 '권력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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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숨은 법칙 / 리정 지음 / 이은희 옮김 / 미래의창 / 368쪽 / 1만5000원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명성이나 재능을 드러내지 않은 채 참고 기다린다는 뜻이다. 개혁 · 개방기 중국 실용주의 외교노선을 대표했던 이 말은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 일을 그르친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전한다.
12세기 남송의 초대 황제인 고종 고구는 인술(忍術)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금나라와의 화평조약을 이끌어낸 공로로 18년이나 재상을 맡긴 진회의 전횡이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그 불만은 마음 속 깊이 감추고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진회의 음해에 대비해 등청할 때마다 호신용 단도를 신발 속에 숨겼을 뿐이다. 예순여섯에 숨을 거두기 직전인 진회가 자신의 아들을 재상 자리에 올리기 위해 다음 재상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그대가 물을 일이 아니잖소."
《권력의 숨은 법칙》은 2000년 중국 역사에서 배우는 처세술 모음이다. 중국 역사 속의 제왕과 재상은 때로는 완벽한 파트너로,때로는 철천지 원수가 돼 대립하며 왕조의 발전과 쇠락을 써내려갔다. 천하의 주인인 왕과 실권을 틀어쥔 재상은 협력하지 않으면 대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들 중에는 서로 존경하고 신임한 최고의 파트너도 있고,이용가치가 다한 상대방을 가차없이 제거한 냉혹한도 있었다.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권신과 그 위세에 눌려 아무것도 못하는 왕도 많았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된 왕과 재상 사이의 파워게임을 조명하며 그 속에 숨겨진 권력규칙을 펼쳐보인다. 모략과 암투가 난무하는 권력다툼 속에서 토사구팽 당하지 않으려는 권신들의 처세술과 이들을 장악하기 위한 제왕의 리더십을 새겨둘 만하다.
"속담에 대장부는 굽힐 줄도 알고 나아갈 줄도 알며 때에 따라 방법을 달리한다고 하였다. 이는 사람이 일을 처리하는 기본적인 도리다. 굽히는 것과 무능함은 다르다. 형세가 불리할 때 물러나 인내하는 것은 적당한 때에 제 기량을 다하기 위함이다"란 말처럼 저자가 이야기 첫머리마다 붙여놓은 논평도 가슴에 와닿는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12세기 남송의 초대 황제인 고종 고구는 인술(忍術)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금나라와의 화평조약을 이끌어낸 공로로 18년이나 재상을 맡긴 진회의 전횡이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그 불만은 마음 속 깊이 감추고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진회의 음해에 대비해 등청할 때마다 호신용 단도를 신발 속에 숨겼을 뿐이다. 예순여섯에 숨을 거두기 직전인 진회가 자신의 아들을 재상 자리에 올리기 위해 다음 재상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그대가 물을 일이 아니잖소."
《권력의 숨은 법칙》은 2000년 중국 역사에서 배우는 처세술 모음이다. 중국 역사 속의 제왕과 재상은 때로는 완벽한 파트너로,때로는 철천지 원수가 돼 대립하며 왕조의 발전과 쇠락을 써내려갔다. 천하의 주인인 왕과 실권을 틀어쥔 재상은 협력하지 않으면 대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들 중에는 서로 존경하고 신임한 최고의 파트너도 있고,이용가치가 다한 상대방을 가차없이 제거한 냉혹한도 있었다.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권신과 그 위세에 눌려 아무것도 못하는 왕도 많았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된 왕과 재상 사이의 파워게임을 조명하며 그 속에 숨겨진 권력규칙을 펼쳐보인다. 모략과 암투가 난무하는 권력다툼 속에서 토사구팽 당하지 않으려는 권신들의 처세술과 이들을 장악하기 위한 제왕의 리더십을 새겨둘 만하다.
"속담에 대장부는 굽힐 줄도 알고 나아갈 줄도 알며 때에 따라 방법을 달리한다고 하였다. 이는 사람이 일을 처리하는 기본적인 도리다. 굽히는 것과 무능함은 다르다. 형세가 불리할 때 물러나 인내하는 것은 적당한 때에 제 기량을 다하기 위함이다"란 말처럼 저자가 이야기 첫머리마다 붙여놓은 논평도 가슴에 와닿는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