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부터 박카스 · 까스명수 등 의약외품이 대형마트에서 팔리기 시작하며 가격이 제품에 따라 최대 20%까지 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훼미리마트 · GS25 등 일반 편의점에서는 품목별로 약간 비싸거나 약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박카스 등의 소비가 늘면서 대형 유통업체마다 도매상을 통한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에 따라 약국 위주의 의약외품 시장 판도가 빠르게 변화될 조짐이다.

◆약국 나온 박카스 "없어서 못 팔아"

4일 현재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지난달 22~23일 동시다발적으로 박카스 · 까스명수 · 생록천 · 위청수 · 안티푸라민 등 의약외품 판매에 들어갔다. 홈플러스는 서울 영등포점 · 강서점,인천 간석점 등 3곳에서 시범 판매하고 있으며,이마트는 서울 · 인천 · 성남 등 수도권 30개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합류한 롯데마트는 전국 92개 매장 중 30곳에서 의약외품을 취급하고 있다.

업체별로 실제 판매가를 조사한 결과 이들 대형마트의 외약외품 가격은 약국보다 대체로 저렴했다.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약국에서 통상 500원에 팔리는 박카스D 한 병 가격을 450원에 팔고 있다. 타우스액 등 드링크류도 400원으로 약국보다 20% 낮췄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도매상이 납품하는 박카스 한 병 가격이 430원 수준"이라며 " 판매 마진을 최대한 줄여 약국보다 싸게 팔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티푸라민(30g)의 경우 2000원 수준인 약국보다 대형마트가 500원 정도 비쌌다.

대형마트보다 점포 수가 월등히 많은 편의점에서도 급속도로 판매망이 늘고 있다. 훼미리마트는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시내 20개 점포에서 시범 판매하다 이달 4일부터 전국 6010여개 매장의 16%에 달하는 950여개 매장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GS25 관계자는 "도매상의 공급물량이 많지 않아 까스명수,알프스D,생록천, 안티푸라민 등 4개 품목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 일반의약품의 3% 정도"라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박카스만 잡을 수 있다면 매출이 서너 배 뛸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 편의점에 진출한 의약외품 매출액의 절반 이상은 역시 박카스가 차지했다. 지난달 22일부터 14일간 홈플러스 3개 매장에서 팔린 박카스는 2만6000병에 달했다. 의약외품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박카스가 올리면서 매장 한 곳당 하루 평균 1000여병 이상 팔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도매상을 통해 대규모 물량 확보에 나섰다.

◆제약사 직접공급 시기 '고심'

대형 유통업체가 박카스 등의 판매에 끼어들면서 의약외품 시장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대형약국의 공급가 결정 권한이 줄어들고 대신 마트 등에서 팔리는 시중가 개념이 대중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약사들의 눈치를 봤던 제약사들도 슈퍼에 대한 직접 공급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박카스의 경우만 해도 전체 유통물량의 87%를 도매상이 아닌 동아제약이 가지고 있다.

대형마트 측은 "제약사가 슈퍼 유통에 계속 소극적이면 시장 활성화와 가격 하락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며 "유통업체마다 공급물량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동아제약 측도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약사 입장에선 최근 약사회가 슈퍼 판매 강행에 반발,특정 제품 불매운동에 들어갈 분위기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