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국군장병 여러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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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국군장병 여러분.
장병 여러분께 편지를 써본 지도 40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밤낮없이 수해복구를 위해 애써준 서초구의 주민입니다. 우면산이 무너져 내려 토사가 뒤덮인 현장에서 여러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전할 경황도 없었습니다.
지난주 화요일 오후부터 양동이로 퍼붓듯이 비가 내리더니 다음 날 오전 우면산에는 산사태가 났고,길에는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습니다. 산더미 같은 토사가 도로를 건너 아파트 3~4층까지 들어갔고,산 부근 마을과 아파트에는 지하실마다 토사가 가득 찼습니다. 부랴부랴 현장에 가 보니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런 재앙에 겨우겨우 몸만 빠져나온 주민들이 망연자실 바라만 보고 있을 때 여러분이 달려와 줬습니다. 지하실에 가득 찬 지저분한 흙을 보고 누구도 선뜻 몸을 던지지 못할 때 여러분은 앞장서서 묵묵히 들어갔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끝없이 나오는 토사를 삽과 양동이로 계속 퍼날라 줬습니다. 하수구가 막혀 도로가 개천이 됐을 때 머리만 남긴 채 물속으로 들어가 손으로 막힌 곳을 뚫기도 했습니다.
어느 장병은 쓰레기 더미에 있던 대못에 발을 찔려 119 응급차로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며칠간 비를 맞고 구정물 속에서 작업하다 피부염에 걸린 장병도 많았습니다. 한 장병에게 물었더니 남양주에 있는 어느 부대에서 새벽에 일어나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왔다고 하더군요. 컵라면과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다시 수해복구 현장으로 달려가는 장병들의 뒷모습을 보니 가슴이 짠했습니다.
여러분은 가장 피해가 컸던 집도 끝까지 마무리해주고,비가 올 것에 대비해 배수로까지 새로 내줬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보일 것 같지 않았던 지하실 바닥이 드러나고 마을이 제 모습을 점점 되찾아 가더군요. 남부순환도로도 드디어 다시 개통됐고요.
여러분의 몸을 던진 수고 덕분에 수재민의 수심 가득한 얼굴에도 조금씩 희망의 빛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주민들은 모두 "군 장병들이 하나같이 잘생기고 멋져 보인다"고 하더군요. 서초구에서는 어떤 아이돌 그룹보다 군인 여러분의 인기가 더 높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지난 화요일 전원마을과 형촌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하는 환송회를 열었습니다. 고맙다고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돼지라도 몇 마리 잡아 대접해 드리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형편 때문에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땅에 엎드려 큰절을 하는 것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여러분이 예상치 못한 재해를 당해 절망에 빠진 서초 주민들을 살렸습니다. 여러분 모두 우리의 영웅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마음 깊이 큰절을 올립니다.
고승덕 < 국회의원 audfbs@unitel.co.kr >
장병 여러분께 편지를 써본 지도 40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밤낮없이 수해복구를 위해 애써준 서초구의 주민입니다. 우면산이 무너져 내려 토사가 뒤덮인 현장에서 여러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전할 경황도 없었습니다.
지난주 화요일 오후부터 양동이로 퍼붓듯이 비가 내리더니 다음 날 오전 우면산에는 산사태가 났고,길에는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습니다. 산더미 같은 토사가 도로를 건너 아파트 3~4층까지 들어갔고,산 부근 마을과 아파트에는 지하실마다 토사가 가득 찼습니다. 부랴부랴 현장에 가 보니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런 재앙에 겨우겨우 몸만 빠져나온 주민들이 망연자실 바라만 보고 있을 때 여러분이 달려와 줬습니다. 지하실에 가득 찬 지저분한 흙을 보고 누구도 선뜻 몸을 던지지 못할 때 여러분은 앞장서서 묵묵히 들어갔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끝없이 나오는 토사를 삽과 양동이로 계속 퍼날라 줬습니다. 하수구가 막혀 도로가 개천이 됐을 때 머리만 남긴 채 물속으로 들어가 손으로 막힌 곳을 뚫기도 했습니다.
어느 장병은 쓰레기 더미에 있던 대못에 발을 찔려 119 응급차로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며칠간 비를 맞고 구정물 속에서 작업하다 피부염에 걸린 장병도 많았습니다. 한 장병에게 물었더니 남양주에 있는 어느 부대에서 새벽에 일어나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왔다고 하더군요. 컵라면과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다시 수해복구 현장으로 달려가는 장병들의 뒷모습을 보니 가슴이 짠했습니다.
여러분은 가장 피해가 컸던 집도 끝까지 마무리해주고,비가 올 것에 대비해 배수로까지 새로 내줬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보일 것 같지 않았던 지하실 바닥이 드러나고 마을이 제 모습을 점점 되찾아 가더군요. 남부순환도로도 드디어 다시 개통됐고요.
여러분의 몸을 던진 수고 덕분에 수재민의 수심 가득한 얼굴에도 조금씩 희망의 빛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주민들은 모두 "군 장병들이 하나같이 잘생기고 멋져 보인다"고 하더군요. 서초구에서는 어떤 아이돌 그룹보다 군인 여러분의 인기가 더 높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지난 화요일 전원마을과 형촌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하는 환송회를 열었습니다. 고맙다고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돼지라도 몇 마리 잡아 대접해 드리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형편 때문에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땅에 엎드려 큰절을 하는 것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여러분이 예상치 못한 재해를 당해 절망에 빠진 서초 주민들을 살렸습니다. 여러분 모두 우리의 영웅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마음 깊이 큰절을 올립니다.
고승덕 < 국회의원 audfbs@unite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