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입니다. 1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메리카스컵(America's Cup)에 대한민국이 드디어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12년 만에 꿈이 열매를 맺은 거죠.조선 강국인 한국이 요트 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아메리카스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겁니다. "

'바다 위의 포뮬러1(F1)'으로 불리는 아메리카스컵에 2013년 한국팀으로는 처음으로 출전하는 김동영 팀코리아 대표(40 · 사진)는 4일 이렇게 말했다. 아메리카스컵은 전 세계 요트선수들이 출전 자체를 평생의 꿈이자 목표로 삼을 만큼 세계 최고 권위를 지닌 대회다.

팀코리아는 이 대회의 사전 대회 격인 월드시리즈 1차전부터 출전해 기량을 점검한다. 6일 포르투갈 카스카이스에서 개막하는 월드시리즈 1차전을 준비하다 잠시 귀국한 김 대표를 만났다. 부산 출신인 그는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를 연상시키는 외모였다.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검게 그을린 피부는 타고난 뱃사람이란 느낌을 강하게 줬다.

"지난해 아메리카스컵 조직위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과당 경쟁을 자제하고 대회 본연의 가치를 높이는 데 충실하자며 경기규칙을 바꿨어요. 요트의 동체가 하나인 단동선에서 둘인 쌍동선(카타마른)으로 규정이 바뀌면서 모든 국가가 똑같은 출발선에 선 것이죠.처녀 출전이지만 일을 낼 겁니다. "

아메리카스컵 출전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1992년 부산 동아대 요트부에 가입하면서 요트와 인연을 맺은 그는 1999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요트전문학교 '유니테크 마린테크놀로지'로 유학을 떠나 2002년부터 현지 요트업체인 '센세이션요트'에서 요트 제작과 디자인을 담당했다.

"1999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아메리카스컵을 보고 꼭 참가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낙농국가인 뉴질랜드가 아메리카스컵에서 우승한 뒤 관광 및 요트산업의 파급 효과가 대단했거든요. 많은 관광객들이 대회를 보러 몰려왔을 뿐 아니라 요트제품의 수출 비중이 2위로 급등했죠.요트는 소재 · 디자인 기술의 집약체여서 우승국의 요트 제작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겁니다. "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 준비는 3주 전부터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는 5명이 타는 길이 45피트(ft)의 AC45 모델로 경쟁한다. 기존 요트의 속도는 빨라야 10노트 정도였지만 이번 모델은 최고 30노트까지 나온다는 게 그의 설명.그는 "아메리카스컵 3대 강국인 미국 뉴질랜드 스위스를 빼면 프랑스 중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기술적으로 앞서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013년 열릴 아메리카스컵에서 한국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메리카스컵에 참가한 국가는 전 세계 11개국에 불과해요.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에 이어 세 번째죠.팀코리아가 골프의 박세리,수영의 박태환이 됐으면 합니다. 요트를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메리카스컵에서 우승하고 한국에서 대회를 여는 게 저의 '최종 꿈'입니다. "

꿈이 원대한 만큼 가야 할 길이 멀다. 한국에서 요트는 부자들만의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서 기업의 후원을 받기도 어렵다.

"미국을 제외하더라도 뉴질랜드 스웨덴 등은 3년간 준비하는 데 800억~1000억원을 씁니다. 뉴질랜드는 중앙정부가 260억원을 지원하고 오메가 도요타 네슬레 등 유수의 기업이 후원해줍니다. 팀코리아는 2013년까지 요트 제작비 120억원을 포함해 최소 400억~5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 후원 기업이 없어요. "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