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의 고객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젠 가맹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 역마진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과당 경쟁 억제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올해 방송통신대와 등록금 카드 납부 계약을 맺으면서 대학이 카드사에 내야 하는 가맹점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정부가 대학에 신용카드로도 등록금을 받도록 지도하면서 벌이진 일"이라며 "가맹점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역마진까지 감수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카드사 중 가장 많은 6곳의 대학과 올해 새로 계약을 맺은 삼성카드는 건국대 등 일부 대학에 1% 미만의 가맹점 수수료만 받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삼성카드가) 등록금 납부를 제안했던 카드사 중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로 현재 1.5~4.5% 수준을 받고 있다. 유흥업 및 사치업종이 4.5%,주유소가 1.5%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내고 있다. 영세 · 중소 · 전통시장 가맹점은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1.6~2.1% 수준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학은 주유소나 중소사업자보다 낮은 1% 미만을 적용받고 있으며 방송통신대의 경우 수수료가 아예 없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영세 가맹점도 내는 수준의 수수료조차 부담하지 않게 한 것은 대학에 지나친 특혜를 제공한 것"이라면서도 "등록금 카드 납부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대학을 움직이기 위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비씨 등 7개 전업 카드사를 통해 등록금을 카드로 받은 대학은 48곳으로 전국 411개 대학의 11.7%에 불과하다.

일부 대학의 경우 단 한 곳의 카드사에만 등록금 납부를 허락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학생들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카드 발급 수 제한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쓰고 있는 카드 외 다른 카드를 새롭게 발급받아야 카드로 등록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카드업계 1위 회사는 신한카드로 시장점유율은 25% 수준이다.

김일규/박종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