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에 있는 금반지를 가져오면 한 돈(3.75g)에 20만 넘게 쳐 드립니다. "

4일 서울 종로3가 귀금속상가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갖고 있던 순금을 파는 시세가 순도 99.9% 제품 기준 사상 최고가인 3.75g당 20만2500원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은 금을 되팔 때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이 가격을 그대로 받게 된다. 골드스토어 관계자는 "휴가철인데도 불구하고 20만원이 넘은 가격이 고시된 이후 금을 내다 팔겠다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최근 한국은행이 금 25t을 매입한 것도 소비자들의 금에 대한 관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롱 금반지' 시세가 치솟은 것은 국내 금값의 기준이 되는 런던금시장협회(LBMA)의 금 현물 고시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LBMA 현물시세는 3일(현지시간) 온스당 1669.25달러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1.92%(31.5달러) 오르면서 한 달 넘게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금값이 오르는 데는 미국의 산업지표 부진에다 무디스가 향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밝힌 영향이 컸다.

최은규 한국금거래소 부사장은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로존의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달러화 위주의 외환정책을 고수하던 한국은행을 포함해 중국 인도 등 아시아권 국가들이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도 금 투자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금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국내 주요 귀금속 거래업체들도 이날 24K 순금 3.75g 도매가격을 22만3000원(부가가치세 제외)으로 책정했다. 이들 업체가 파는 금 소매시세는 도매가에 세공비 등을 더해 3.75g당 약 24만원을 형성했다.

서울 종로의 한 귀금속상은 "금값이 비싸 장신구를 사려는 손님은 여전히 적은 상태"라면서도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투자 목적으로 매입하려는 중 · 장년층의 관심은 꾸준한 편"이라고 전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