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내년 예산 편성과 관련해) 세입과 세출에서 모두 두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당정협의 모두 발언을 통해 "세입은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둔화하는 가운데 공기업 매각이 진행되는 등 불확실한 요인이 많다"며 "내년 정치적 상황으로 (세출)요구가 많아질 것으로도 예상한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더블딥'(경기상승 후 다시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경제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 요구를 무작정 들어주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재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지난 6월 말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 내외'에서 4.5%로 낮췄다. 물가 불안 등으로 올해 경제가 예년 수준의 성장을 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미국 경기침체와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장관은 "최근 남유럽과 미국 등의 위기로 변동성이 급등하고 세계 경제의 하강 요인이 커지고 있다"며 "안개가 짙게 낀 국면이라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어느 때보다 안정이 중요하고 재정건전성 확립이 긴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내년에 걷게 될 세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우리금융지주 등 정부 보유 지분을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자는 주장이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매각 대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함께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등의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재정부 관계자는 "박 장관의 발언은 세수 전망이 갈수록 나빠지는데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서는 친서민 예산을 과도하게 요구해 당혹스럽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내년 예산을 위해 각 부처가 요구한 규모는 총지출 기준으로 올해보다 약 7.6% 늘어났지만 아직 대학 등록금 지원 등 대규모 수요가 빠져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톱다운 제도(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 도입 이후 가장 요구 규모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