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 시중은행에 입사한 김모씨(27)는 월급통장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학점 4.0에 토익 980점을 받고 들어왔지만 매달 손에 쥐는 돈이 160만원 정도여서다. 김씨는 "1주일에 한두 번은 밤 12시까지 일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센데도 1년 먼저 입사한 선배보다 연봉을 700만~800만원 적게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입직원에 대한 은행권의 이 같은 '임금차별'이 조만간 해소될 전망이다. 각 은행 경영진이 '신입행원 20% 임금삭감 조치'를 원래대로 환원시킨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서다.

◆은행장들 공감

입사 1~2년차 5000여명 연봉 900만원 오른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이순우 우리은행장,서진원 신한은행장,김정태 하나은행장,박영빈 경남은행장(지방은행 간사) 등 행장들은 신입행원 임금을 올려주자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행장은 "요즘엔 임금 수준이 높은 줄 알고 입사했다가 실망하고 나가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며 "은행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신입 직원에 대한 임금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행장도 "(임금회복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올해 은행에 들어와 임금이 삭감된 은행원은 5000여명이다.

은행권에선 현재 지방은행 일부만 신입직원에 대한 임금을 회복시킨 상태다. 부산 · 대구은행이 올초 임금을 20%씩 일괄 올려준 데 이어 전북은행도 지난달 동참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이다. 2008년 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났고 신입과 기존 직원 간 형평성 문제가 크게 부각돼서다. 은행권의 올해 사상 최대 실적과도 무관치 않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공공기관 신입 직원의 임금 원상복구 방침을 밝힌 것도 금융당국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입사원들의 박탈감이 커지면서 기존 직원들과 융화하지 못하고 섬처럼 떠 있다고 들었다"며 "정부는 신입행원 임금을 올려주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인상 방식은 논란

입사 1~2년차 5000여명 연봉 900만원 오른다
신입 행원의 임금을 인상시키는 방식에 대해선 경영진과 노조 측의 의견이 다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일시에 회복시켜줘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 경영진은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단계적 인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금융계에선 노사 양측이 협상을 통해 2~3년에 걸쳐 신입직원에 대한 임금을 회복시켜 주는 방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부 대형 시중은행은 이미 개별 노사 차원에서 단계적 임금회복 원칙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각 은행 신입직원들은 임금이 정상 회복돼도 종전에 깎인 연봉을 돌려받지는 못할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임금을 반납받은 게 아니라 일률적으로 삭감했기 때문에 실적이 나아졌다고 돌려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당장 내년부터 신입직원에 대한 임금을 환원시키겠다고 밝혔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2009년에 시한을 정해놓고 임금을 깎았는데 내년 초가 되면 자동으로 임금이 원상복구된다"고 설명했다.

신입 및 기존직원 간 임금격차는 얼마나 될까. 현재 신입직원들이 받는 초봉은 2900만~3100만원 선이다. 임금이 삭감되지 않은 1년 선배와의 격차가 800만~900만원에 달한다는 게 금융계의 설명이다.

한편 금융노조는 6일 신입직원 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화곡동 KBS 88체육관에서 합동결의대회를 열어 임금환원을 촉구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신입직원 초임만 원상회복돼도 올해 노사교섭이 크게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 류시훈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