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2009년 신입 행원부터 20%씩 일괄 삭감했던 임금을 되돌리는 데 원칙적인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조만간 시중은행장들이 공식적인 논의를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노동시장 여건을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임금을 설정하고 통제했던 정책 당국의 소위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정책이 불과 2년 만에 파탄난 것이다.

잡 셰어링은 금융 위기 이후 실업과 해고 문제가 불거지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나온 반짝 아이디어였다. 신입 행원들의 임금을 평균 20% 내외에서 삭감하고 이 재원으로 인턴 사원을 채용하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3400만~4000만원씩 하던 주요 은행의 대졸 초임 연봉이 2800만~31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 시기에 입행한 직원들은 불과 1년 먼저 입사한 행운아들보다 평균 700만~800만원이나 적게 받는 일종의 행내 차별을 받아왔다. 직원들 간 왜곡된 임금 구조는 결국 노사갈등 소지만 낳았고 금융노조는 이를 쟁점화시켜 내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지금 은행권의 대졸 초임 연봉은 다른 기업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오히려 금융권의 고임금이 같은 급여소득자 간의 사회적 양극화를 부채질한다는 비난을 들을 정도다. 금융권의 고임금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고임금은 면허제도와 진입장벽,그리고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만들어낸 일종의 지대에 해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지대는 폐지돼야 당연하다. 더구나 강성 노조의 존재는 다락같은 임금과 저임의 비정규직을 구조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구직자들의 기대치를 높여 상대적 취업난도 가중시킨다.

그렇다고는 해도 은행원의 임금을 정부가 지도 통제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급여는 생산성에 입각해 주어지는 것이 맞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도 생산성이라는 잣대와 원칙에 의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돌아가야 마땅하다. 결국 금융권 임금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2년 만에 파산하게 됐다. 정의로운 임금 체계는 다름 아닌 생산성에 입각한 급여 체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