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시추선에 나타난 괴물은 무섭고 혐오스럽다. 이목구비를 쉽게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미끈미끈한 피부에 불을 붙이면 갑옷처럼 변하고 긴 촉수로 대원들을 한 명씩 공격해 죽인다. '여전사' 하지원에게 쇠몽둥이로 수없이 구타당하고 총을 맞아도 다시 일어나 공격해온다. 여주인공은 괴물을 피해 시추선 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곡예운전을 하며 달아난다. 마지막 30분 가까이 지속되는 여인과 괴물의 대결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하다.

한국 최초의 3D(3차원)액션영화를 표방한 '7광구'(감독 김지훈 · 사진)는 한국식 괴수영화의 작은 성과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등장인물들의 풍성한 사연과 사회 · 정치적 풍자를 드러냈다면 이 영화는 괴물과 대원들의 사투에 집중한다. 산유국의 꿈이란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거나 '돌연변이 괴물 같은 과욕'이란 메시지는 배경에 깔려 있을 뿐이다.

시추작업이 번번이 실패로 끝나자 본부로부터 철수 명령이 떨어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만(안성기)이 철수 절차를 지휘하기 위해 현장에 도착하지만 석유가 나올 것이라 확신하는 장비매니저 해준(하지원)은 강력 반발한다. 정만도 본부의 지시를 어기고 한 달간 더 시추작업을 할 것을 명하지만 대원들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시추 대원 역으로 나선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송새벽 박철민 차예련 이한위 등 호화 진용의 분위기는 크게 두 가지다. 하지원과 안성기는 심각한 편이고 오지호 송새벽 박철민은 부드럽게 누그러뜨리거나 유머로 웃음을 주는 캐릭터들이다.

그들이 사는 망망대해의 시추선은 고립된 공간의 공포감을 형상화한다. 대원들의 잇단 죽음은 공포감을 강화한다. 이 때문에 영화는 액션물이면서 스릴러 양식을 띤다. 시추선 안 대원들의 활동이나 괴물과의 사투신에서는 3D 입체감이 구현됐다. 한국 모팩이 만든 3D 영상의 기술력이 무난하다.

영화는 한계도 노출한다. 공포감을 강조하다 보니 괴물이 탄생한 배경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설명이 부족하다. 할리우드 액션물의 장점을 취하려 노력했지만 그것을 뛰어넘지 못한 점은 아쉽다.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