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폭우가 지난 후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고 있다. 이번주 휴가를 다녀왔거나 뒤늦게 휴가갈 채비를 하고 있는 사람은 강한 태양 자외선으로 피부가 상하기 쉽다. 지금도 햇볕에 적당히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건강미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촌스러운 인식이다. 한여름이 아니면 햇빛이 희소한 북유럽과 달리 일년 내내 햇빛을 접하는 한국에서는 태양이 발산하는 자외선과 열 등이 피부 노화와 트러블을 일으키는 독으로 작용한다. 지나친 햇빛 노출로 발생하는 피부 손상의 예방과 사후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자외선,DNA 파괴해 피부 노화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가장 긴 자외선A,중간 파장인 자외선B,가장 짧은 자외선C로 나뉜다. 지구상에 도달하는 자외선은 A가 90% 이상,B가 10% 미만이다. 자외선A는 침투력이 뛰어나고 계절 · 시간 · 날씨에 따른 편차가 적어 '생활자외선'으로 불린다. 유리창을 통과하기 때문에 실내에 있어도 어두운 커튼을 치지 않는 한 영향을 받게 된다.

자외선B는 일광화상을 일으키는 강도가 자외선A의 1000배에 달하며 피부암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여름철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B의 양은 겨울철의 6배에 달한다. 피부가 하얄수록 일광화상이 잘 생기므로 인공선탠 등은 해로움을 자처하는 행위다. 피부가 검을수록 기미 주근깨 검버섯 잡티 등 색소침착이 잘 생기는데 주로 자외선A에 의한 것이다.

피부 노화는 자외선에 의한 광(光)노화와 적외선 및 기타 생활 속의 열로 인한 열노화로 나눌 수 있다. 자외선의 가장 큰 해악은 DNA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만약 곧이곧대로 60분 이상 햇빛을 맞고 있으면 DNA가 파괴돼 세포자살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어느 정도의 DNA 손상은 세포 자생력에 의해 회복되지만 너무 심하면 치유가 불가능해 세포가 죽고 피부암이 생기게 된다.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을 파괴하는 효소인 MMP는 자외선에 의해 크게 늘어난다. MMP 파괴에 자외선의 영향이 100이라면 적외선은 20 수준이다. 자외선은 또 호중구 대식세포 같은 면역세포를 자극해 염증을 유발한다. 염증에는 단백분해효소가 포함돼 피부를 손상시킨다.

◆자외선 차단은 선택이 아닌 필수

자외선을 철저히 차단하는 게 피부 보호는 물론 휴가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책이다. 임이석 신사테마피부과 원장은 "햇볕이 강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며 "야외에서 자외선차단제는 자외선B차단지수(SPF) 30 이상이면서 자외선A차단지수(PA) 등급이 +++인 제품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완벽하게 자외선을 막으려면 차단제를 떡칠하듯 발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2~3시간마다 얇게 덧발라야 한다"며 "흐린 날에도 햇빛이 구름에 의해 난반사돼 자외선 강도가 오히려 30% 이상 높아지므로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부 노화는 어려서부터 방어하는 게 좋다.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보통 평생 자외선 노출량의 3분의 1 이상을 18세 이하에 받으므로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외선차단제를 주기적으로 바르도록 가르칠 필요가 있다"며 "햇빛만 피하면 피부 노화의 80~90%는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의 생각과 달리 흰색보다는 어두운 색 옷이 자외선 차단 효과가 크다. 흰 티셔츠의 자외선B차단지수는 5~9 정도지만 검은색 티셔츠는 15~20이다. 또 딱 맞는 옷보다 헐렁한 옷이 자외선 차단효과가 크다.

정 교수는 "자외선에 비하면 적외선과 열에 의한 피부 노화는 적은 편이지만 보다 완벽한 피부 안티에이징을 위해서는 자외선차단제 외에 적외선과 열을 차단하는 제품도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찜질방에서는 화롯가의 온도가 50도 이상이고 대중목욕탕 열탕의 수온은 43~45도 수준이다. 따라서 지나친 찜질방,열탕 애용은 피부 노화를 초래할 수 있어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일광화상은 전신후유증으로 이어져

바캉스에서 돌아온 뒤 가장 흔히 고생하는 피부질환 중 하나는 일광화상이다. 특히 어린이나 피부가 얇고 밝은 젊은 여성,평소 햇볕 노출이 적었던 사람들에서 위험이 커진다. 피부가 따끔거리고 쓰라리며 통증이 동반되고 심한 경우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질 수 있다. 오한 발열 어지러움증 등 전신 증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 박동재 동안피부과 원장은 "하얗고 환한 피부로 가을을 맞이하려면 3주간 집중적으로 피부미백을 위한 관리를 해야 한다"며 "일광화상이 의심되면 얼음이나 찬물로 충분히 냉찜질을 해 피부의 열기를 내리고 오이 키위 감자 등을 갈아 밀가루 또는 녹두가루를 첨가해 15~20분가량 보습팩을 해주면 좋다"고 말했다.

일종의 화상을 일으켜 피부 탄력을 높이는 레이저 · 초음파 요법이나 각질을 일부러 벗겨내는 스크럽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피부가 안정될 때까지 자제해야 한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바캉스를 다녀온 후 3주 이전에는 시중에 나와 있는 미백마스크를 이용하거나 AHA 성분이 들어간 필링 화장품으로 조심스럽게 클렌징하는 게 좋다"며 "3주가 넘으면 해초박피,소프트필링,레이저토닝,옐로레이저 등 미백시술을 받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햇볕에 그을려 생긴 기미 주근깨 잡티는 Nd-야그 레이저,알렉산드라이트,루비레이저나 레이저토닝으로 개선할 수 있다. 햇빛으로 인한 주름이나 피부탄력 저하는 탄산가스레이저,어븀-야그 레이저,프락셀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