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더블딥(이중 침체)' 우려에 금융시장이 공포감에 휩싸였다. 코스피지수는 1940선까지 미끄러졌고 코스닥지수도 5% 폭락했다. 환율은 상승했다.

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74.72포인트(3.70%) 급락한 1943.75로 장을 마쳤다. 이날 기록한 낙폭은 지난 2009년 11월27일(4.69%) 두바이 모라토리엄(채무지불 유예) 사태로 증시가 폭락한 이후 최대 규모다.

코스피는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동안에만 10.52% 조정을 받았다.

뉴욕증시가 '더블딥(이중침체)' 공포에 폭락한 상황에서 이날 코스피도 4% 이상 밀린 채 출발했다. 장중 두 차례에 걸쳐 1920선대의 지지력을 시험한 후 1940선대로 복귀했다.

외국인이 4060억원 가량 팔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12일 이후 이날까지 단 이틀을 제외하고 연일 '팔자'를 외쳤다. 개인은 5752억원 물량을 내던졌다.

연기금과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은 9001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이 지수를 방어하기 위해 애쓴 덕에 장중 낙폭은 다소 줄어들었다.

현물시장이 급락하면서 베이시스(현, 선물간 가격차)는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차익 거래를 통해 1668억원 가량 매수세가 유입됐다. 비차익 거래는 9451억원 순매수로 전체 프로그램은 1조1121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프로그램 매수 규모가 1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 5월말 이후 처음이다.

모든 업종이 급락했다. 증시와 연동하는 증권주를 비롯 화학, 의약품, 전기전자, 운송장비, 서비스 업종 등이 3~4% 이상씩 떨어졌다. 건설 업종은 6% 이상 폭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추풍낙엽처럼 대부분 떨어졌다. 시총 100위권 내에서는 KT&G(0.75%) 등 단 네 종목을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로서는 경기지표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미국에서 어떤 부양책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장의 본질(기업이익)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김 팀장은 "올해 종합주가지수가 2070선에서 시작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연말 지수는 그 이상에서 형성되는 것이 이론적으로 맞다고 본다"며 "현재 시장위치는 매력적인 매수기회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코스닥지수는 코스피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26.52포인트(5.08%) 폭락한 495.55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개인이 장 초반부터 각각 342억원, 792억원 이상 매물을 던졌다. 기관이 1157억원 사들이며 지수를 방어하기 위해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 1849개 종목 가운데 260개 종목이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 LG전자, 한국전력, 삼성전기, KB금융 등 대형주들을 포함한 106개 종목이, 코스닥 시장에서는 154개 종목이 신저가를 경신했다.

증시가 부침을 겪자 환율은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7원(0.54%) 오른 1067.4원에 장을 끝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