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로 3%대 폭락, 1940선으로 떨어졌다.

부진한 미국 경제지표들과 함께 미 더블딥 우려가 불거졌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말미암아 유럽 재정위기 불안이 커지면서 코스피지수는 나흘 연속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나흘새 하락폭은 228.56포인트(10.52%)에 달한다.

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4.72포인트(3.70%) 급락한 1943.75로 장을 마쳤다. 4개월 여 만에 2000선이 붕괴된 동시에 지난 3월15일(1923.92)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이날 하락폭(3.70%)은 2009년 11월27일(4.69%) 두바이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사태로 증시가 폭락한 이후 최대치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주요지수가 더블딥 공포에 4∼5% 폭락한 가운데 코스피지수도 4%대 급락하며 장을 출발했다. 이후 지수는 1920.67까지 밀려난 후 기관과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 등에 힘입어 장중 196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장 후반 재차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이 화학, 운수장비 등 주도주군과 전기전자 등을 중심으로 406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개인도 급락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5752억원어치 매물을 쏟아냈다. 기관이 900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다. 차익거래는 1666억원, 비차익거래의 경우 9456억원 순매수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1조1122억원 매수 우위로 집계됐다.

전 업종이 급락한 가운데 기관과 개인이 매물을 내놓은 건설이 6%대 폭락, 가장 큰 폭으로 밀렸다. 외국인이 '팔자'에 나선 화학이 4% 넘게 밀렸고, 기계, 의약품, 전기가스, 증권, 전기전자 등도 두드러진 하락세를 나타났다. 보험, 음식료, 섬유의복 등은 1%대의 낙폭을 나타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KT&G를 제외한 시가총액 1∼40위 종목들이 동반 하락하는 등 시총 상위 종목들이 줄줄이 내렸다.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80만원선을 하회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만 52주 신저가 종목이 106개에 달했다.

증권업계에선 외국인 매도 기조가 잦아들더라도 당분간 순매수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에 국내 수급 주체인 투신, 연기금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현 시점에선 증시 급락에 휩쓸리지 말고 일단 관망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식 보유자들은 투매에 나서기 보다는 공포를 감내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통상 코스피지수는 고점 대비 10%가량 빠지면 바닥 확인한 후 'V자형' 반등을 보였다"며 "1950선 이하에선 주가수익비율(PER)이 8.8배로 역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최하단권에 속해 적극 매수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승 종목은 상한가 5개 등 66개 종목에 불과했다. 하락 종목수는 하한가 11개 등 810개에 달했고, 5개 종목은 보합을 나타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