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해기준, 규정 준수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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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그런데 그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절개지 부분에 건축허가를 내 준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고,도시 난개발이 원인이라는 견해도 있다. 기록적인 폭우에 미치지 못하는 방재기준을 지적하는 주장도 있다. 언뜻 모두 맞는 이야기 같지만,재해가 있을 때마다 나오는 일반적인 수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재해의 대부분이 재해 기준이 낮아서 피해가 커졌다기보다는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피해를 키웠다는 표현이 맞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산사태를 일으키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산사태 우려가 있는 비탈면(자연사면,절개사면,절토사면 등)의 머리 부분과 아래(선단) 부분의 배수문제다. 즉 비탈면에 대한 부적절한 배수문제가 산사태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배수불량은 흙속에 많은 양의 수분을 유입시킴으로써 흙의 결속력을 약하게 해 붕괴상태로 만든다.
산은 그 자체가 거대한 비탈면 구조물이다. 그래서 산의 밑동에 도로가 개설돼 있거나,산 정상에 이르는 도로를 개설했거나,또는 산 정상을 정지해 사용할 경우에는 인공배수로가 수천년 동안 빗물을 처리해온 자연배수로를 대신하는 형국이 된다. 이때 거대한 산의 자연 배수능력에 상응하는 적절한 배수시설이 돼 있지 않으면 빗물에 의해 산은 어떤 형태로든 모습을 바꾸려고 할 것이다. 장마철마다 발생하는 산사태도 자연의 입장에서는 그런 과정의 하나다. 지난달 산사태가 발생한 서울 서초구 우면산의 경우도 결국 이같이 인위적인 원인에 대한 배수처리가 토목관련 규정에 따라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비탈면의 구배(기울기)문제다. 도시개발에 의해 부득이 도로와 비탈면을 두게 되더라도 산사태의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적절한 경사도를 확보한 비탈면 구조체가 돼야 한다. 비탈면의 경사도가 가파르거나 집수 면적이 넓을 경우에는 이에 상응하는 적정한 시설 보완이 필수적이다. 이를테면 산속에 자연적으로 형성돼 있는 옹달샘과 같이 유속을 줄이고 흘러내린 토사를 가두는,일종의 지체 보를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구조물에 대한 인간의 이해부족이다. 요즘 산에는 둘레길도 만들고 정상에 쉼터를 만들기도 하며,생태공원 같은 학습장을 만들기도 한다. 이로 인해 부득이 산을 훼손하게 되고 비탈면에도 변화가 생긴다. 자연은 언뜻 보기에는 변화무쌍하고 무질서한 것 같아도 사실은 그 안에 어떤 규칙과 질서를 가지고 있다. 그 규칙과 질서를 필요에 의해 훼손했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찾아내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해 부족으로 이를 소홀히 했다면 재해는 피할 수 없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비에 대비해 정책적으로 재해 기준을 강화하기에 앞서 비탈면에 대한 기존의 토목관련 규정이나 기준만이라도 철저히 지키는 의식이 있어야 도시재해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윤재진 < 한국구조물진단연구원장 >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산사태를 일으키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산사태 우려가 있는 비탈면(자연사면,절개사면,절토사면 등)의 머리 부분과 아래(선단) 부분의 배수문제다. 즉 비탈면에 대한 부적절한 배수문제가 산사태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배수불량은 흙속에 많은 양의 수분을 유입시킴으로써 흙의 결속력을 약하게 해 붕괴상태로 만든다.
산은 그 자체가 거대한 비탈면 구조물이다. 그래서 산의 밑동에 도로가 개설돼 있거나,산 정상에 이르는 도로를 개설했거나,또는 산 정상을 정지해 사용할 경우에는 인공배수로가 수천년 동안 빗물을 처리해온 자연배수로를 대신하는 형국이 된다. 이때 거대한 산의 자연 배수능력에 상응하는 적절한 배수시설이 돼 있지 않으면 빗물에 의해 산은 어떤 형태로든 모습을 바꾸려고 할 것이다. 장마철마다 발생하는 산사태도 자연의 입장에서는 그런 과정의 하나다. 지난달 산사태가 발생한 서울 서초구 우면산의 경우도 결국 이같이 인위적인 원인에 대한 배수처리가 토목관련 규정에 따라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비탈면의 구배(기울기)문제다. 도시개발에 의해 부득이 도로와 비탈면을 두게 되더라도 산사태의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적절한 경사도를 확보한 비탈면 구조체가 돼야 한다. 비탈면의 경사도가 가파르거나 집수 면적이 넓을 경우에는 이에 상응하는 적정한 시설 보완이 필수적이다. 이를테면 산속에 자연적으로 형성돼 있는 옹달샘과 같이 유속을 줄이고 흘러내린 토사를 가두는,일종의 지체 보를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구조물에 대한 인간의 이해부족이다. 요즘 산에는 둘레길도 만들고 정상에 쉼터를 만들기도 하며,생태공원 같은 학습장을 만들기도 한다. 이로 인해 부득이 산을 훼손하게 되고 비탈면에도 변화가 생긴다. 자연은 언뜻 보기에는 변화무쌍하고 무질서한 것 같아도 사실은 그 안에 어떤 규칙과 질서를 가지고 있다. 그 규칙과 질서를 필요에 의해 훼손했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찾아내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해 부족으로 이를 소홀히 했다면 재해는 피할 수 없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비에 대비해 정책적으로 재해 기준을 강화하기에 앞서 비탈면에 대한 기존의 토목관련 규정이나 기준만이라도 철저히 지키는 의식이 있어야 도시재해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윤재진 < 한국구조물진단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