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Wi-Fi] 줄어든 김밥과 복지 포퓰리즘은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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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맛없다" 한마디에…與 예산 안 늘리고 비싼 김밥으로 교체
개수 줄어 못 먹는 사람 속출…"한나라 포퓰리즘, 김밥 꼴 날라"
개수 줄어 못 먹는 사람 속출…"한나라 포퓰리즘, 김밥 꼴 날라"
한나라당에서 김밥이 때 아닌 논란거리다. 한나라당은 아침을 거르기 쉬운 당직자와 기자들에게 김밥을 제공해 오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 김밥 개수가 확 줄어 요기를 하러 갔다 허탕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정은 이렇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지난달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김밥보다 한나라당 김밥이 맛이 없다는 평이 많다. 우리는 기본부터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새 지도부가 구성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는 뜻에서 김밥을 재료로 삼은 것이다.
행정실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행정실 관계자는 김밥을 제공하던 여의도 모 식당에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먹는 김밥이라 생각하고 만들라"고 주문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등급을 높였다. 자연 돈이 더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예산은 늘어나지 않았다. 행정실 관계자는 "행사 여부에 따라 월 200만~300만원인 예산은 그대로"라며 "어쩔 수 없이 수량을 30%가량 줄였다"고 했다. 개당 2000원하던 김밥이 2500원으로 25% 올랐으니 당연한 일이다. 콩나물국이 딸려 나오는 질 좋은 김밥이 등장했지만,평소 수요에 턱없이 부족해 김밥을 못 먹는 사람이 늘었다.
김밥 얘기는 최근 한나라당의 포퓰리즘 행보와 비슷하다. 한나라당은 최근 들어 내년에 복지 예산을 대거 반영해달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영 · 유아 보육 지원부터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기초생활수급자 확대,일자리 창출,기초노령연금액 인상,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 확대 등 석 달 사이에 내놓은 복지 정책은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다.
정치권에선 "최근 민심이 악화된 데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라는 점"을 배경으로 꼽는다. 이를 위해선 "최소 수십조원가량 더 필요하다"고 한나라당은 추산한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증세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 받기 위해선 더 많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얘기를 꺼내는 지도부나 의원은 아직 없다. '우리는 민심을 되찾아와야 하니까 일단 더 드는 비용은 정부가 짊어지라'는 투다.
정부 곳간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내년 경기 침체 우려로 세수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입 세출 모두 어려울 것"(박재완 재정부 장관)이라는 얘기다.
한 당직자는 "예산도 한나라당의 김밥 꼴이 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등 각종 복지수요를 충족하려면 누군가는 세금을 더 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샐러리맨이 될 거라는 지적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사정은 이렇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지난달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김밥보다 한나라당 김밥이 맛이 없다는 평이 많다. 우리는 기본부터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새 지도부가 구성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는 뜻에서 김밥을 재료로 삼은 것이다.
행정실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행정실 관계자는 김밥을 제공하던 여의도 모 식당에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먹는 김밥이라 생각하고 만들라"고 주문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등급을 높였다. 자연 돈이 더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예산은 늘어나지 않았다. 행정실 관계자는 "행사 여부에 따라 월 200만~300만원인 예산은 그대로"라며 "어쩔 수 없이 수량을 30%가량 줄였다"고 했다. 개당 2000원하던 김밥이 2500원으로 25% 올랐으니 당연한 일이다. 콩나물국이 딸려 나오는 질 좋은 김밥이 등장했지만,평소 수요에 턱없이 부족해 김밥을 못 먹는 사람이 늘었다.
김밥 얘기는 최근 한나라당의 포퓰리즘 행보와 비슷하다. 한나라당은 최근 들어 내년에 복지 예산을 대거 반영해달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영 · 유아 보육 지원부터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기초생활수급자 확대,일자리 창출,기초노령연금액 인상,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 확대 등 석 달 사이에 내놓은 복지 정책은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다.
정치권에선 "최근 민심이 악화된 데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라는 점"을 배경으로 꼽는다. 이를 위해선 "최소 수십조원가량 더 필요하다"고 한나라당은 추산한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증세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 받기 위해선 더 많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얘기를 꺼내는 지도부나 의원은 아직 없다. '우리는 민심을 되찾아와야 하니까 일단 더 드는 비용은 정부가 짊어지라'는 투다.
정부 곳간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내년 경기 침체 우려로 세수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입 세출 모두 어려울 것"(박재완 재정부 장관)이라는 얘기다.
한 당직자는 "예산도 한나라당의 김밥 꼴이 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등 각종 복지수요를 충족하려면 누군가는 세금을 더 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샐러리맨이 될 거라는 지적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