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알리카페, 안전성에 문제…수입금지"
뉴질랜드산 初乳·러시아産 차가버섯도 인기
말레이시아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귀국하는 국내 관광객의 바캉스백에는 어김없이 인스턴트 커피인 알리카페(Alicafe)가 몇 봉지씩 들어있다. 고급원두 커피도 아닌 말레이시아산 커피믹스를 한국 관광객들이 선물 1순위로 꼽는 이유는 뭘까.
이 제품의 통캇알리(Tonkat Ali)라는 성분이 '정력에 좋다','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등의 검증 안된 약리 효과에 대한 입소문이 돌면서부터다. 통캇알리는 '말레이시아 인삼'이라고도 불리는 열대 우림식물의 뿌리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시켜 남성 성기능 촉진,혈액순환,피부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도 있다. 물론 국내에서 정식으로 입증된 효과는 아니다.
여행객들이 소량 들여왔던 알리카페는 이 같은 소문 덕에 최근 '알리카페 커피 마니아' 등 국내에서도 인터넷 카페 30여곳이 생길 정도가 됐다. 서울 목동에 사는 김희순 씨(42)는 "커피전문점 커피 한 잔 가격이면 살 수 있고 향도 진해 자주 사서 마신다"고 말했다.
이처럼 확인이 되지도 않은 약효에 대한 소문에 힘입어 국내 판매량과 수입량이 늘어나자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정식 수입허가를 금지한 것이다. 강윤숙 식약청 식품기준과 연구관은 "통캇알리는 말레이시아에서 최음제 등 약용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선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며 "국내에서 판매하면 최소 시정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 금지조치로 국내 공동구매 사이트도 판매를 중단했으나 일부 관광객들이 사들여 오고 있다. 문제는 일부 포털사이트 등에서 4800~1만2000원(10개)에 거래까지 된다는 점이다. 통캇알리 성분을 제거한 알리카페는 공식 수입해 판매하는 곳이 있다. 경남 양산시 세관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이 귀국할 때 알리카페뿐만 아니라 통캇알리를 많이 사온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산 초유와 러시아산 차가버섯도 인기 품목이다. 송아지를 분만한 후 72시간 이내에 짜낸 초유는 면역효과가 뛰어난 글로불린 함량이 많고 철분과 비타민A 등의 영양소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의 김수진 씨(32)는 "아이에게 먹이면 감기 등이 안 걸린다고 해서 6개월째 먹이고 있다"며 "구제역 파동이나 일본 방사능 유출 이후 청정지역에서 만든 유제품이 안전할 것 같아 구매했다"고 말했다. 역시 입소문을 타고 단기 여행객들이 사들여 오는 '인기 품목'이다.
한 상자(130g)에 20만원을 호가하는 러시아 차가버섯(자작나무에서 자라는 버섯)도 비슷한 사례다. 피로 회복과 신진대사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러시아 현지에서 규정보다 많이 구입해 귀국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세관 관계자는 "면세 범위(1인당 400달러 한도)를 넘는 양을 구입해 들어오다 공항에서 적발되는 관광객들도 있다"며 통관규정 준수를 강조했다.
하헌형 / 김우섭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