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패닉] 물가 불안에 대외 악재 겹쳐…4%대 성장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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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경제 파장
美 등 긴축으로 수출 타격…더블딥 가능성 낮지만 저성장 대비 서둘러야
美 등 긴축으로 수출 타격…더블딥 가능성 낮지만 저성장 대비 서둘러야
고물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경제에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과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로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불안이 단기에 끝나면 다행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는 없지만 성장률 하락 등에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경기 안심 못해
한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벗어났다는 찬사를 받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고물가에 발목이 잡혔다. 이상기후 등으로 작년 9월부터 크게 올랐던 소비자물가는 올 들어서도 7개월 연속 4%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성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물가를 잡겠다고 나설 정도로 심각하다.
하지만 국내 경기의 성장세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튼튼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4%로 2009년 3분기(1.0%) 이후 최저다. 4%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밑돌았다. 올해 목표인 4%대 중반 성장에 이미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지난 6월 경기 선행 및 동행지수가 두 달 연속 동반 상승하는 등 산업생산은 좋게 나오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 성장을 견인했던 자동차 등의 수출 호조가 해외 시장 불안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지금은 수출이 잘 되고 있지만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즉각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수출이 꺾이면 조금씩 살아나던 내수도 빠르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경제로의 파급이 관건
기획재정부는 5일 임종룡 1차관 주재로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회의 결론은 개방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상황에 단기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과도하게 불안해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경기 흐름이 좋고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신흥국이 70% 이상인 다변화된 수출 시장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모든 경기 지표가 좋기 때문에 성장률 목표를 조정할 이유는 없다"며 "고물가가 문제이긴 하지만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도 "지금의 금융시장 불안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측면이 크다"며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 불안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실물에도 결국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센터장은 "그동안 미국을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한 경향이 있었다"며 "미국은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어 최악의 경우 소규모 금융위기가 또다시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 저성장에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실물경제가 영향을 덜 받더라도 성장률 일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에는 기저 효과로 상반기보다 나은 성장률이 나오겠지만 고물가에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올해 4%대 중반 성장률 달성은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가 하락에 따른 역(逆) 자산효과 등은 본격적인 경기 하강을 가져올 수도 있다.
박형중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더블딥과 같은 경기 침체로 갈 가능성은 30% 미만으로 낮지만 장기 저성장에 빠질 수 있다"며 "경기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용하 산은경제연구소 경제조사팀장은 "더블딥 우려로 유가가 떨어지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약해지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속 물가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