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미식 씨는 "많이 찍는 것보다 많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마추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찍고 싶은 것만 찍는데 그러지 말고 하나의 주제를 놓고 6개월이나 1년 정도 매진하는 게 좋습니다. 하늘이나 길,나무 등 테마를 갖고 '깊고 길게' 찍는 훈련을 하는 거죠.나무를 오래 찍다 보면 어느 날 나무의 속이 보이고 뒷면이 보이고 숲이 보입니다. 그 나무를 소재로 한 책상이나 의자가 보이고 거기에 앉은 사람의 숨결도 느껴지지요. 길도 그렇습니다. 처음에 도로 개념의 길만 보이다가 차츰 길섶의 꽃과 그 길 위를 지나는 사람들의 인생이 겹쳐지지요. 고요한 바다를 찍어놓고 길이라고 제목을 붙이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지나간 뱃길이라는 것이죠."

그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찍는 것이 진짜 사진'이라고 강조한다. 또 하나는 '대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라'는 것.물리적인 거리만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친밀하게 교감하라는 얘기다.

'기다릴 줄 아는 것'도 프로의 조건이다. "아마추어는 마냥 바쁘게 돌아다니지만 프로는 한곳에 오래 머물며 찍습니다. 어딜 가나 최고의 작품 한 장을 건지면 되지요. 그게 가장 값진 겁니다. 피사체와 대화하고 정을 나누고 사랑해야 가능하죠."

그는 내달 충무아트홀에서 사진전을 연다. 아프리카와 몽골 지역에서 찍은 사진 70여점을 내건다.

에티오피아 남부지방에 있는 코카호수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예가체프 마을 예배당에서 교인들이 천막을 치고 예배 보는 모습,마다가스카르 해안가 마을 모론다바에서 만난 사람들,랑가노 호수에 뜬 무지개,몽골 북쪽 차강로드에서 차튼족을 만나기 위해 말을 타고 가다 발견한 호수와 석양,순록을 키우며 사는 유목민들의 순박한 표정….

"예가체프는 에티오피아 남쪽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커피가 품질 좋고 맛 좋기로 유명합니다. 예가체프에 도착하기 전날 억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졌는데 다음날 아침 거짓말같이 청명해졌어요. 교회에서 예배가 열리고 있었죠.흰 천을 둘러쓴 교인들이 숲이나 계단에서 예배를 보고 있었는데 안개 사이를 뚫고 내리는 햇빛이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

얼마 전 몽골에 다녀오면서는 말을 20여시간이나 탔다고 했다. "울란바토르에서 무릉까지 비행기로 1시간 30분,자동차로 12시간 달리면 호수가 아름다운 차강로드 마을이 있고 그곳에서 다시 말을 타고 10시간 이상 산을 넘어가면 닿는 곳이었어요. 말 안장에 엉덩이가 쓸려 혼났습니다. 순록은 더위에 약하기 때문에 높은 산속으로 들어가서 키워야 해요. 깊은 산속에 움막을 짓고 순록을 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 거죠.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

만난 사람 = 고두현 문화부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