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값 인상폭을 정하기 위한 낙농가와 우유업계의 협상이 일단 결렬됐다. 축산농가들은 오는 10일부터 원유 공급을 무기한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우유 대란'을 막기 위해 6일 정부와 소비자단체까지 참여하는 긴급 낙농진흥이사회를 열어 5일로 끝난 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현재 ℓ당 704원인 원유 가격을 81원만 올리자는 우유업계와 173원 올려달라는 낙농가 모두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하다.

낙농가와 우유업계 대표는 5일 서울 양재동 낙농진흥회에서 '9차 낙농경영안정소위원회'를 열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회의에는 유가공협회(우유업계)와 한국낙농육우협회(낙농가) 대표 3명씩과 위원장인 윤성식 연세대 교수가 참여했다. 낙농진흥회와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도 배석했다.

낙농진흥회는 이날 오전 '103원' 또는 '119원'의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양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낙농가 측은 회의장을 빠져나와 오후 1시께 여의도에서 육우협회 이사회를 소집한 뒤 거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10일부터 원유 공급을 무기한 중단하고 젖소에서 짠 원유는 목장별로 모두 폐기하겠다"며 "ℓ당 173원 이상을 얹어주는 우유업체에는 정상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유업계 측도 "81원 이상은 감당할 수 없다"며 절충안에 난색을 표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오후 7시20분께 협상 종료를 선언하고 "6일 오후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그동안의 논의 결과를 보고하고 차후 일정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장 이사회에서 원유가격 인상폭을 결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며 "협상 결과를 보고하고 협상 시한 연장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원회와 달리 이사회는 농협 추천 4명,육우협회 추천 3명,유가공협회 추천 4명,소비자단체 추천 1명,학계 추천 1명,정부 대표 1명과 위원장 등 15명으로 구성된다.

우유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협상에 참여한 한 업계 임원은 "정부 정책상 올 연말까지는 제품가격을 올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가격을 올렸다간 정유사처럼 정부의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어서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우유는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인 제품이다.

업계에선 원유가격이 낙농진흥회 중재안 수준인 100원대 초반으로 오른다면,제품 가격은 200~300원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에도 원유값이 ℓ당 120원 올랐을 때 유제품값은 250~300원 인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 체제에선 원유가격이 3~5년 주기로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을 책정할 때도 향후 수년간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를 감안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극한 대립'을 계기로 원유값 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문제풍 낙농진흥회장은 이날 협상 시작에 앞서 "기준 생산비에 대한 원칙을 만든 뒤 매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이해당사자 모두 이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임현우 기자 / 강지연 한경닷컴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