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질 줄 알았지만,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5일 새벽 뉴욕증시가 4% 넘게 폭락했다는 소식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던 여의도 '증권맨'들은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코스피지수가 80포인트 이상 하락 출발하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오전 한때 1920.67까지 밀려 낙폭이 97.80포인트(4.85%)에 달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6일(99.71포인트) 이후 2년9개월 만에 최대였다. 코스피지수가 1000선 밑으로 추락했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이 떠올랐다.

다행히 오후 들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이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낙폭이 줄었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은 8979억원어치를 사들여 9774억원에 달한 외국인과 개인의 순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기관의 분투에도 이날 코스피지수는 74.72포인트(3.70%) 급락한 1943.75로 마감돼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2000선이 힘없이 붕괴됐다.

이날 종가는 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3월15일(1923.92) 이후 최저였다. 하락률은 2009년 11월27일(4.69%)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지수도 26.52포인트(5.08%) 내린 495.55로 밀리면서 5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일부터 나흘 동안 228.56포인트(10.52%)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129조원 줄었다. 이 기간 외국인은 1조9984억원어치의 매물을 쏟아내며 주가 급락을 부채질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오른 종목은 66개에 불과했다. 반면 810개 종목이 미끄럼을 탔다. 대형주의 하락폭이 특히 컸다. 삼성전자는 3만2000원(3.90%) 하락한 78만9000원에 장을 마쳐 80만원 선 밑으로 내려왔다. 삼성전자가 80만원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1월12일(77만8000원)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가운데 95개 종목이 동반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주가 6.1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화학주도 4.79% 떨어졌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