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공포에 휩싸였다. 공포가 공포를 낳아 주가의 추가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에 대한 우려가 4일 유럽과 미국 증시를 강타했다. 그 여파는 쓰나미처럼 5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로 전달됐다.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은 미국 더블딥에 대한 우려에다 미국 정책 역량의 한계를 걱정하는 투자심리 악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해결책도 미 정부의 정책적 대응과 경기지표 안정에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증시 줄줄이 연중 최저치로 추락

글로벌 증시는 유럽→미국→아시아로 이어지며 줄줄이 급락세를 탔다. 유럽 중앙은행(ECB)이 4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국채 매입을 통한 시장 개입을 선언했지만 재정 불안에 대한 우려감을 씻어내진 못했다. 오히려 국채 매입이 필요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탈리아 증시가 5.16% 급락한 것을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등도 3%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유럽증시의 폭락은 미국 증시에 영향을 줬다. 특별한 악재가 없었는데도 미국 다우지수는 사상 9번째 하락폭인 512.76포인트(4.31%) 급락했다. 영향은 5일 아시아 증시에서 증폭됐다. 한국을 비롯 일본 대만이 각각 3% 이상 떨어졌다.

유로퍼시픽캐피털의 피터 시프 대표는 "경기 부양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다"며 "(또 다른) 침체로 가는 게 아니냐는 경각심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재정 위기가 확산되면서 유럽계 자금이 주식은 물론 원유와 금까지 내던지며 현금 확보에 나선 점도 미 증시의 낙폭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 결과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금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국제 유가도 5% 이상 떨어졌다. '현금이 최고'라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증시는 물론 원자재 시장까지 출렁이게 만들었다.

미 정부의 정책 지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 부채한도 협상 타결 이후 금융위기 기간 중 울타리 역할을 했던 정책 지원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공포심으로 돌변하면서 투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중국 물가지표와 FOMC가 단기 변수

한국 증시의 흐름은 미국 경제 상황을 비롯한 해외 변수에 따라 출렁일 전망이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이 예상치를 3만~4만명 웃도는 11만7000명으로 집계됨에 따라 단기 급락에는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이날 독일 영국 등 유럽 증시도 2% 가까이 하락 출발했다가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 소식에 낙폭이 빠르게 축소됐다. 프랑스 증시는 오후 장에서 상승 반전하기도 하는 등 시장이 다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다음주 나올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와 9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증시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6월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던 중국의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면 긴축 완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팀장은 "재정정책 카드를 상실한 미국이 FOMC를 통해 통화정책 측면에서 새로운 정책 수단과 국제 공조의 기틀을 만들 것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QE3) 여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대목이다. 다만 시장이 해결책을 찾아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서정환/박해영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