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가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로 폭락하면서 코스피지수 2000선 붕괴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선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부하뇌동하기보다는 관망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달 들어 발표된 7월 미국 경기지표들이 부진하면서 미국 더블딥 우려가 불거졌다. 아울러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말미암아 유럽 재정위기 불안이 다시 커지면서 세계 증시가 급락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512.76포인트(4.31%) 폭락한 1만1383.68로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60.27포인트(4.78%) 떨어진 1200.07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2556.39로 136.68포인트(5.08%) 급락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4일까지 사흘새 153.84포인트가 떨어지면서 2010선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2000선 지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류재천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한국 증시는 악재가 선반영된 상태여서 코스피 지수 1950선 정도에서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또 다른 악재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어 추가 하락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제부터는 코스피지수의 바닥을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낙폭이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안정되는 시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2000선 이하 구간이 절대적 기준에서 가격 메리트가 있는 만큼 연기금 등 국내 수급 주체들의 저가 매수세 유입이 기대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0선이 붕괴된다면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은 9배 이하로 내려가고, 자발적 수급 개선 상황이 형성돼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오전장에서 심리적 공포감에 추가 하락을 염려할 수는 있겠지만 오후장 들어선 펀드와 연기금 등이 저가 매수에 나설 여력이 충분한 만큼 장세가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론 추가적으로 발표되는 경제지표와 미국 정부의 대응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 센터장은 "미국 정부가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최근 급속한 주가 하락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책 또는 양적완화 조치 등 경기 부양책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와 명분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예상했다.

현 시점에서 변동성이 크지만 일단 관망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주식 보유자들은 공포에 휘둘려 투매에 나서기 보다는 감내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전정우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1본부장은 "그동안 위기상황들이 나타날 때 마다 정부 정책 등을 통해 문제를 진정시켰다는 선례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안정될 때까지 시장 진입을 기다릴 필요가 있지만 펀드 혹은 주식보유자 역시 투매에 나서기 보다는 관망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센터장은 "지금부터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기존 주식 보유자들은 추격 매도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오정민·김다운·김효진·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