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딥 우려가 국내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집어 삼켰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향후 증시 상황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관측된다.

증시전문가들은 7일 지수가 크게 하락한 상태인 만큼 기술적 반등에 무게를 둘 것을 주문했고 장기적인 관점에선 향후 주요 국가들의 정책 공조와 미국의 정책 대응을 살펴가면서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P의 미 신용등급 하향 소식도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 해석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 주 증시 '패닉'…코스피 228포인트 '추락'

지난 주 코스피 지수는 나흘 연속 하락했다. 나흘새 하락폭은 228.56포인트(10.52%)에 달한다. 더블딥 우려가 공포로 바뀌면서 국내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패닉 상태를 연출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 증시 모두 급락세를 보였다.

증시전문가들은 시장 붕괴의 이유로 미국의 더블딥 공포가 증폭되는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도 재부각되면서 투매성 매물이 동반 출회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외국인의 보유 비중이 높은 대형주의 손절매 물량이 쏟아졌다는 지적이다.

더블딥 우려가 가중된 원인은 미국의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데 이어 소비 지출 마저 부진한 것으로 나오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는 풀이다. 미국 2분기 GDP는 1.3% 증가로 전망치 1.8%를 밑돌았고, 7월 ISM제조업지수는 50.9로 6월(55.3)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아울러 7월 소비지출은 전월과 비교해 0.2% 감소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염려가 공포로 번졌다.

부채한도 협상 이후에 증시가 낙폭을 키웠던 만큼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컸다.

배성연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증시 하락이 시작된 시점이 미국 정치권의 부채한도 협상 타결 직후였다는 점에서 부채한도 협상과도 연관성이 있다"면서 "부채한도 협상 이후에 미 경제의 실상과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났고, 지난 2년간 뚜렷한 경기 회복에 대한 시그널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 참여자의 스트레스를 자극했다"고 추정했다.

아울러 부채한도 상향 조정에 따라 향후 정책적인 자금 집행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시장의 투심을 악화시킨 요소다.

배 연구원은 "지난해에 더블딥 우려가 부각된 시기에선 제 2차 양적완화(QE2) 정책을 통해 위기를 벗어났으나 부채한도 상향 조정에 따른 재정 정책의 한계가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QE2의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한 의문과 상품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 증폭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점도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차 양적완화 등 추가 양적완화 정책으론 시장을 돌려세우긴 힘들 것"이라며 "보다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이 정책적인 차원에서 나와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S&P, 미 신용등급 강등 '일격' VS 고용 지표 예상치 웃돌아

5일(미국 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고용 지표의 회복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반등에 성공하면 마감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약세를 나타냈으나 일단 고용 개선에 대해선 시장이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고용 개선 효과로 국내 증시의 투심 개선을 기대하기엔 예상 밖 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따른 추가적인 투심 위축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S&P는 성명서에서 등급 하향 이유로 "의회와 미국 행정부가 합의한 재정건전화 계획이 미국 정부의 중기 부채수준을 안정화시키는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꼽았다. S&P는 재정적자 감축 규모의 조건으로 4조달러를 제시한 바 있으나 미국 정치권은 10년래 2조4000억달러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반면 미 노동부는 7월 고용 건수가 11만7000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달(4만6000건)과 블룸버그의 전문가 예상치(8만5000건)를 모두 상회한 수준으로 다우 지수는 이 소식에 반등했다. 7월 실업률도 9.1%로 전달과 전문가 예상치(9.2%)보다도 낮았다.

◆ 기관 매수 긍정적…"단기 반등 나온다"

증시전문가들은 S&P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영향도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측면이란 점에서 긍정적 해석이 가능하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무게를 두고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P의 요구 수준은 이미 시장에 알려진 재료라 증시에 선반영됐다는 판단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기술적분석 전략가는 "8월 주식시장은 월봉이 음봉인 약세장"이라면서 "이번주부터 내달 첫째주까지는 기술적 전략 중의 하나인 '그랜빌의 4번 전략'인 낙폭과대에 따른 이격 축소를 노린 분할 매수 전략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지 연구원은 "코스피의 조정비율은 최근 고점(2192)대비 12.82% 하락했고, 장중 저점 1920 기준으로는 14.17%가 하락했다"면서 "2009년 이후 조정 비율로는 2009년초 -19.2% 이후 두 번째로 조정 비율이 커 가격측면과 비율측면에서는 분할 매수 영역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향후 1개월(8월말~9월초)까지는 기술적 반등 후 재차 바닥을 한번 더 확인하는 파동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지 연구원은 내다봤다. 그는 "이때까지가 절호의 매수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 연구원은 "2010년부터 채권 만기전 약세를 보인 이후 강세 반전이란 패턴을 보인 만큼 이번 주 주식시장의 반등이 기대된다"면서 "이번주 미국의 720억달러 국채 발행과 8월 옵션만기일 이후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배 연구원은 "이번 주 국내 증시는 단기 저점을 확인하는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면서 "지난 주 후반 연기금(4850억 순매수)과 기관 투자자의 의미있는 저가 매수세를 확인한 점은 긍정적이며 기술적 측면에서 단기 급락에 따른 반등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