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우리 · KB · 신한 · 하나 등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이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완화시키고 책임경영 의지를 다지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최근 시장 상황 악화로 수익률은 저조한 편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5일 자사주 2000주를 주당 1만2950원에 취득했다. 2008년 9월 매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5만5000주를 사들였다. 연도별로는 2008년 4회,2009년 2회,작년 6회 매입했는데 올 들어서는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이 회장이 18회에 걸쳐 매입한 자사주의 평균 단가는 1만2205원이다. 5일 종가가 1만3050원인 만큼 누적 수익률은 6.9%다. 투자 원금은 6억7129만원,현재 평가액은 7억1775만원이다. 투자기간 3년을 감안하면 연 수익률은 2%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자신의 금융자산을 모두 자사주에 투입한 케이스다. 작년 7월 취임한 그는 같은 해 9월 2000주를 시작으로 지난 6월 말까지 총 8차례에 걸쳐 1만8210주를 샀다. 투자액만 9억4620만원에 달한다. 이달 초에는 수년간 유지해온 펀드를 모두 환매해 자사주를 추가로 산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관계자는 "어 회장이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보고 추가 투자했다"며 "투자액은 수억원 규모"라고 전했다. 하지만 어 회장의 투자 성적표는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기간 10개월 동안 -9.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6월 말 자사주 3000주와 2430주를 연달아 매입했다. 총 2억6000여만원어치다. 그는 전달에도 자사주 5000주를 주당 평균 4만7843원에 매입했다. 한 회장은 "기회만 되면 자사주를 계속 사겠다"고 말했다. 한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한 지 4개월째지만 누적 수익률은 0.4% 정도다. 신한은행의 3개월짜리 정기예금 금리(7일 현재 연 3.46%)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금융지주회사 수장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총 16만4500주 규모다. 2005년 12월 하나금융 출범 이후 취득한 자사주는 많지 않은 편이다. 2007년 10월과 2008년 11월 매입한 8000주가 전부다. 이때 취득한 금액으로만 계산하면 수익률이 50.9%에 달하지만 전체 자사주의 4.9%에 불과한 규모여서 큰 의미가 없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 회장과 달리 김 회장은 하나은행 시절부터 수십년간 자사주를 사고판 데다 중간에 지주 상장 등의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총 수익률을 따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회장님'들의 자사주 투자 성적은 'C' 수준이라는 게 금융계의 냉정한 평가다. 대출 부실화와 저축은행 인수 우려,우리금융 민영화,외환은행 합병 지연 등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금융지주 주가가 신통치 않았던 탓이다. 이병건 동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로서 책임경영 의지를 분명히 하고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줄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