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이 초당 처리속도가 100경(京 · 경은 1조의 1만배)회에 달하는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에 나선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인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케이(K)'보다 계산속도가 100배 앞선다. 문부과학성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해 2020년께 완성할 계획이다.

차세대 슈퍼컴퓨터는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 관련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우주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축적하는데 활용한다. 이번 개발프로젝트에는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후지쯔 NEC 등이 참여한다. 연구개발비는 1000억엔(1조3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대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대형 컴퓨터의 처리속도는 1테라(테라는 조)급이다. 보통 항공기 설계 등을 하려면 1주일 정도가 걸리는데,차세대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면 몇초 안에 해결된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컴퓨터에 들어갈 에너지 절약형 반도체 개발도 병행한다. 지금의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면 슈퍼컴퓨터 한대 당 원전 1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전력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찾지 못하면 실용화는 불가능하다.

세계 최고속도의 컴퓨터 개발을 둘러싸고 미국 중국 등과의 경쟁이 격화된 것도 일본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게 된 배경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개발한 슈퍼컴퓨터 '케이'는 지난 6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제26회 국제 슈퍼 컴퓨팅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텐허(天河)1호 A'을 제치고 7년 만에 1위에 올랐다. '케이'는 '경(京)'의 일본어 발음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과 중국도 100경급 슈퍼컴퓨터 개발에 속속 착수하고 있다"며 "누가 먼저 상용화하느냐에 따라 언제든 슈퍼컴퓨터 패권이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