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잘나가는 업종이 있다. '탐닉(indulgence) 산업'이다. 자극적인 맛이나 화려한 포장,지나치게 높은 가격 등으로 소비자에게 쾌감을 주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긴축의 시대에 탐닉이 돌아왔다"며 대표적인 업종으로 위스키와 초콜릿을 꼽았다. 2005~2010년 미국에서 12~16년산 프리미엄 위스키 매출은 3.4% 늘어난 반면,고급 술인 슈퍼프리미엄 위스키(17년산 이상) 매출은 11.2% 늘었다. 유럽에선 같은 기간 프리미엄 위스키 매출이 1.4% 늘어난 데 비해 슈퍼프리미엄 위스키 매출은 11.4% 증가했다.

또 침체를 겪고 있는 영국에서 올 들어 M&M 초콜릿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유로모니터).가격이 높거나 단맛이 강한 제품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프랑스 유가공업체인 다농은 "크림 맛이 강한 '액티비아 인텐슬리 크리미 요거트'와 같은 '탐닉' 제품들이 상반기 매출을 견인했다"며 "반면 건강 지향적이고 담백한 맛이 나는 '악티멜'의 매출은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와 소득 수준을 불문하고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인도 뭄바이에서 하루에 3달러를 버는 여성들은 한 개에 1루피(24원)짜리 네슬레 초콜릿바를 사먹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알렉산드리아의 한 빈민가에 있는 술집에선 1000달러짜리 '조니워커 블루라벨 킹 조지 Ⅴ'가 한 달에 세 병씩 팔리고 있다. 미국 월가 직원들은 보석 장식이 달려 있는 20만달러짜리 위스키를 마신다. 노드스트롬백화점 샤넬 매장에선 9010달러짜리 코트를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 예약을 받는 상황이다.

FT는 신흥국이 향후 이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인도 가구 소득이 오르면 1루피짜리 초콜릿바 대신 가격이 더 비싼 '킷캣'을 먹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