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엑슨모빌 '원유 플랜트' 따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최대 '오일 메이저'인 엑슨모빌의 인도네시아 원유생산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고 7일 발표했다. 국내 플랜트 업체가 석유 메이저로부터 일감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계약 금액은 7억5000만달러다.

이번 계약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설계,조달,시공,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괄 담당하는 턴키 방식으로 이뤄졌다. 삼성은 인도네시아 현지 1위 업체인 트리파트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한국 업체 네 곳과 일본업체 두 곳이 입찰에 뛰어들어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플랜트 시장의 '큰손'으로는 'IOC(international oil company)'로 불리는 오일 메이저들이 첫손에 꼽힌다. 오일 메이저 중에서도 최대 기업인 엑슨모빌은 연 매출이 4000억달러에 이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오일 메이저들이 밀집해 있는 미국 휴스턴의 '오일 밸리'에 지점을 마련하고,IOC 시장을 뚫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IOC 시장은 연간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큰물'이자,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번 엑슨모빌과의 계약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한 · 일 간 경합에서 한국 플랜트 업체가 완승했다는 점이다. 1990년대 국내 업체들이 '전업 3사(엔지니어링에만 주력한다고 해서 전업이라는 별칭이 붙었다)'라고 부르며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던 일본 '빅3' 가운데 두 곳이 입찰에 참여했으나,삼성엔지니어링이 이들을 제치고 계약을 따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작년 해외 수주액은 100억달러가량으로 이는 일본 상위 3사의 수주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화공 '업스트림' 분야에 한국 업체가 진출한 것도 의미 있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거나 에틸렌 등 기초 소재를 만드는 '다운스트림' 과정은 범용 기술들이 많아 진입이 용이한 편이지만,유전에서 원유을 뽑아내는 과정은 각 유전마다 상이한 조건 탓에 기술과 경험이 동시에 요구된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수주 물량면에선 2~3년 전부터 한국이 일본을 앞섰지만 대부분이 다운스트림 쪽에 집중돼 있어 일본업체들로부터 은근히 무시를 받곤 했었다"고 말했다.

이번 수주로 삼성엔지니어링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게 됐다는 평가다. 꾸준한 투자의 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5년 1800명이던 삼성엔지니어링 직원은 현재 7000명 수준이다. 올 연말엔 75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플랜트 업계에서 인력 확충은 반도체의 설비 투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글로벌 오일 메이저로 고객층을 확대한 것이 의미 있다"며 "전 세계 자원 보유국과 선진시장으로의 진입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