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 수출전선 '시계 제로'…산업현장 CEO "占이라도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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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 최악 대비 '비상경영' 돌입
곳곳 위기 그림자
LCD·반도체값 끝없이 추락…하이닉스 "IT 침체 두렵다"
원가절감 고삐 죄기
포스코 "플랜B 가동 준비"…"환율 요동…견디기 어렵다"
곳곳 위기 그림자
LCD·반도체값 끝없이 추락…하이닉스 "IT 침체 두렵다"
원가절감 고삐 죄기
포스코 "플랜B 가동 준비"…"환율 요동…견디기 어렵다"
"점(占)이라도 보고 싶은 심정이다. "(김택권 S&T대우 사장) "글로벌 IT경제의 침체가 두렵다.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등 글로벌 경제 위기로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전자업계 "현 상황은 시계 제로"
위기감이 가장 높은 곳은 전자업계다. 글로벌 IT시장 침체에 1 · 2분기 연속 실적부진에 시달린 데 이어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 속에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는 "세트업계 얘기를 들어보니 3분기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TV가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며 "3분기에 반도체값이 오를 것으로 봤는데 지금 같아선 내년 상반기가 돼야 시장이 호전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IT경기가 '상저하고'일 것이란 전망을 일찌감치 수정했다"며 "3분기 이후 시장상황이 2분기보다 낫지 않을 것이란 게 내부 판단"이라고 전했다.
주력 산업의 사정도 좋지 않다. 반도체의 경우 D램(DDR3 1Gb)은 지난달 하반기 0.75달러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낸드플래시(16Gb MLC 기준)도 지난달 하반기 2.74달러로 2009년 2월 하반기(2.89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LCD 패널값도 급락세다. 40~42인치 TV용 패널값은 8월 상반기 231달러로,지난달 하반기(237달러)보다 3%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초 34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30% 이상 폭락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가 더 악화되면 반도체와 패널 등의 가격 회복은 당분간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확산되는 '더블딥' 공포
글로벌 제조업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해운업계 CEO들도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배선령 STX팬오션 사장은 "한두 달 사이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며 "일단 현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도 "올해 초만해도 낙관론이 우세했는데 상황이 돌변했다"며 "(글로벌 경기에 관한) 전문가의 말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예측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현대 · 기아자동차도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계열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박홍재 소장(전무)은 "미국 유럽 중국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판매 시장이 위축될 것이 분명한 데다 도요타 등 경쟁자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어 하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2차 글로벌 경제위기가 밀어닥칠 경우 국내 기업들이 견디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직전 4~5년간 호황 때 벌어놓은 돈 덕분에 그럭저럭 견뎠지만 지금은 기업들의 체력이 많이 소진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비상경영체제 가동
주요 기업들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시나리오 경영에 나설 태세다. 삼성전자는 휴가를 마치고 이번주 업무에 복귀하는 최지성 부회장 주재로 글로벌 시장 긴급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하이닉스도 전 사업장에서 원가절감 노력을 강화하는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LG디스플레이도 실무팀을 주축으로 해외거래선들의 동향을 점검하면서 하반기 경영여건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최종태 포스코 사장은 "원료값 급등과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아 원가절감 목표를 종전 1조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며 "하반기에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플랜B를 가동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택권 사장은 "요즘처럼 한 달 새 원 · 달러 환율이 10%씩 오르락내리락하면 제조업체로선 정말 견디기 힘들다"며 "무언가를 예측해 그대로 실행하는 시대는 지났고 어떻게든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문성환 삼양제넥스 사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는 기업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모든 걸 쥐어짜는 원가절감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동휘 / 이태명 / 조재희 기자 donghuip@hankyung.com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등 글로벌 경제 위기로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전자업계 "현 상황은 시계 제로"
위기감이 가장 높은 곳은 전자업계다. 글로벌 IT시장 침체에 1 · 2분기 연속 실적부진에 시달린 데 이어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 속에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는 "세트업계 얘기를 들어보니 3분기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TV가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며 "3분기에 반도체값이 오를 것으로 봤는데 지금 같아선 내년 상반기가 돼야 시장이 호전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IT경기가 '상저하고'일 것이란 전망을 일찌감치 수정했다"며 "3분기 이후 시장상황이 2분기보다 낫지 않을 것이란 게 내부 판단"이라고 전했다.
주력 산업의 사정도 좋지 않다. 반도체의 경우 D램(DDR3 1Gb)은 지난달 하반기 0.75달러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낸드플래시(16Gb MLC 기준)도 지난달 하반기 2.74달러로 2009년 2월 하반기(2.89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LCD 패널값도 급락세다. 40~42인치 TV용 패널값은 8월 상반기 231달러로,지난달 하반기(237달러)보다 3%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초 34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30% 이상 폭락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가 더 악화되면 반도체와 패널 등의 가격 회복은 당분간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확산되는 '더블딥' 공포
글로벌 제조업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해운업계 CEO들도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배선령 STX팬오션 사장은 "한두 달 사이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며 "일단 현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도 "올해 초만해도 낙관론이 우세했는데 상황이 돌변했다"며 "(글로벌 경기에 관한) 전문가의 말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예측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현대 · 기아자동차도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계열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박홍재 소장(전무)은 "미국 유럽 중국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판매 시장이 위축될 것이 분명한 데다 도요타 등 경쟁자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어 하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2차 글로벌 경제위기가 밀어닥칠 경우 국내 기업들이 견디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직전 4~5년간 호황 때 벌어놓은 돈 덕분에 그럭저럭 견뎠지만 지금은 기업들의 체력이 많이 소진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비상경영체제 가동
주요 기업들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시나리오 경영에 나설 태세다. 삼성전자는 휴가를 마치고 이번주 업무에 복귀하는 최지성 부회장 주재로 글로벌 시장 긴급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하이닉스도 전 사업장에서 원가절감 노력을 강화하는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LG디스플레이도 실무팀을 주축으로 해외거래선들의 동향을 점검하면서 하반기 경영여건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최종태 포스코 사장은 "원료값 급등과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아 원가절감 목표를 종전 1조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며 "하반기에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플랜B를 가동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택권 사장은 "요즘처럼 한 달 새 원 · 달러 환율이 10%씩 오르락내리락하면 제조업체로선 정말 견디기 힘들다"며 "무언가를 예측해 그대로 실행하는 시대는 지났고 어떻게든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문성환 삼양제넥스 사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는 기업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모든 걸 쥐어짜는 원가절감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동휘 / 이태명 / 조재희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