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란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적 '시한폭탄'이 터졌다. 글로벌 증시가 '패닉'상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미 신용등급 강등은 한국 등 글로벌 증시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문을 연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시는 5% 이상 급락하며 글로벌 증시의 추가 조정 가능성을 예고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미 예고된 악재인 데다 지난주 단기 폭락으로 어느 정도 선반영된 만큼 크게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관론 vs 신중론 '팽팽'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부추겨 증시가 추가로 조정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지방채와 기업,금융회사의 연쇄 신용등급 강등,유럽 재정위기 재부각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대국 미국의 신용위기는 유럽 등 글로벌시장 전체 신용위기를 재연시킬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국내 증시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이 같은 전망을 반영해 이달 코스피지수 하단을 1850선으로 낮춰잡았다.

이에 반해 신용등급 강등은 '지나간 이슈'에 불과해 증시 조정은 소폭에 그칠 것이란 신중론도 상당하다. 이동섭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글로벌 채권 포트폴리오의 50%를 차지하는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에서 제외되는 것"이라며 "미 국채의 위상과 투자메리트를 감안할 때 그 가능성은 낮고,미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증시에 미칠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조정폭은 제한적" 우세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미 신용등급 충격에서 당분간 비켜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로 인한 주가 조정은 제한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지지선으로 예상하는 코스피지수 하단 범위는 1850~1920으로 전망치 범위가 70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주 증시 급락으로 어느 정도 선반영된 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 1900선이 깨질 수도 있지만 무디스 등의 추가 하향 조정만 없다면 금세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 등을 감안,8월 한 달 동안 1900선이 강한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V'자 반등은 힘들고 가격 및 기간 조정을 거치면서 등락을 거듭하는 변동성 높은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FOMC 주목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 방향을 틀어줄 최대 모멘텀으로 9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꼽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에는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 주말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채 매입을 시사하는 등 '액션플랜'을 가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함께 'G2'중 한 곳인 중국의 긴축 완화 및 미 국채 추가 매입의 돌발적 '립서비스' 등도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와 옵션만기일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손성태/임근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