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을 잃다…세계경제 '카오스' 속으로
미국의 신화가 70년 만에 깨졌다. 세계 최고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이 최고 등급(AAA) 지위를 잃었다. "브레턴우즈 체제를 종식시킨 1971년 금태환 금지 조치가 달러를 기반으로 한 금융시스템 시대를 열었다면,이번 조치는 달러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으로 볼 수 있다"(뉴욕타임스)는 지적이다.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하락은 그래서 '미국의 위기'만이 아닌 '글로벌 위기'와 직결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5일 미국 장기 국채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로 강등시켰다. 1941년 신용등급을 매긴 후 처음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최근 타결한 10년간 재정적자 감축 규모(2조4170억달러)는 S&P가 제시한 신용등급 유지 기준(4조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고 평가한 것이다.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하락은 전 세계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에 전방위적이고 연쇄적인 후폭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이와 연동된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이 증가한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위축받고 경기 회복세는 더욱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불황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의 불경기와 재정위기를 한층 확산시킬 수 있다. 국채를 담보와 기본 자산으로 편입해 놓은 자산시장의 혼란도 예상된다.

미국의 자존심인 달러 가치의 추가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985년 164 선에 올랐던 달러가격 지수는 최근 75 선으로 추락했다. 세계 기축통화로 국제 결제통화를 담당했던 달러 중심의 신(新) 브레턴우즈 체제가 위태롭다는 뜻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를 다시 부양하기 위해 3차 양적완화에 나설 경우에도 달러 가치가 떨어져 국가들 간 환율전쟁 재연을 배제할 수 없다.

주요 20개국(G20)은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무차관들이 7일 오전 7시30분(한국시간) 긴급 전화회의를 갖고 미국과 유럽의 부채 위기를 논의했다. 구체적인 회의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은 "국방비를 감축해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미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세계를 짓누르는 불안감과 불확실성의 정도를 단기적으로 측정하는 첫 바로미터가 8일 개장하는 아시아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