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0년대 대불황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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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강등됐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 주말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제국(帝國)의 등급을 한 단계 낮춘 것이다. 오바마 정부와 의회가 지난달 31일 부채한도를 늘리면서 향후 10년간 재정지출을 2조4170억달러 감축키로 합의했지만, 이것으로는 재정적자 해소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S&P라는 외피를 쓴 시장의 반격이요 경고다. 기축통화국이라고 해서 예외적인 특별 배려는 없는 것이고 미국에 적용돼왔던 소위 디폴트(채무 불이행) 리스크 제로 시대가 끝났다는 선언이다. 미국은 세계 제국이 아니라 다만 취약한 일개 국가라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1. 금융시장의 무정부적 혼란 가능성
세계금융시장은 큰 혼란으로 들어서는 모습이다. 영국 독일 등 AAA등급을 가진 국가들이 15개국이나 되지만 어느 곳도 미국을 대체해 세계금융의 중심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 일본 등 미 국채를 많이 보유한 경제 강국들이 채권을 무더기로 내다 파는 일이야 없겠지만 투자수요에는 분명 심대한 충격을 줄 것이다. 세계금융시장이 구심점을 잃고 무정부상태에 빠질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달러 약세에 따라 주요 국가들 간에 환율전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일본은 지난 4일 엔고를 저지하려고 무려 4조5000억엔(60조원 상당)을 달러 매입에 써 엔 · 달러 환율을 달러당 78.38엔으로 끌어올렸다. 그렇지만 S&P의 이번 조치는 일본이 헛심만 썼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당사자인 미국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국채금리가 0.5~0.7%포인트 정도만 올라도 미국 정부의 조달비용은 1000억달러 가까이 추가로 늘어난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이와 연계돼 있는 주택담보 · 자동차 · 학자금 등의 대출과 신용카드 이자가 동반 상승할 것이다. 미국의 소비가 줄고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시대가 재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달러와 금 교환을 중단했던 소위 닉슨 쇼크가 70년대를 대불황의 시대로 몰아갔음은 필지의 사실이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경쟁적인 화폐가치 하락 과정에서 실물부문에 일대 인플레 쇼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석유는 고질적인 공급 과잉의 문제가 있다고 하겠지만 금이나 곡물 등 기타 투기적 상품의 가격 변화는 예측 불허다. 불황 속 고물가의 공포가 세계를 지배하는 70년대 악몽의 재현이다.
2. 정부가 경제 살린다는 케인스 몰락
S&P의 이번 조치는 정부의 무능력과 포퓰리즘에 대한 평가다. 이는 미 정치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합의보다는 대결로 치닫는 치킨게임을 벌여온 미 정치에 대한 불신이다. 물론 신용등급평가 과정에서 민주당 오바마의 재선에 반대하는 미 금융권의 정서가 반영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내 정치에서조차 합의에 실패하면 정치의 위기는 확실하다. GDP 대비 재정적자는 2008년 3%였던 게 지금은 11%로 급등했다.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78%다. 100%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국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한다는 케인스식 경제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스에서 이탈리아 등으로 확대되는 유럽 위기도 원천적으로 재정을 통한 복지지출 확대가 원인이었다. 버냉키는 3차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경기를 살리기보다는 금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 가격의 거품을 더 키우는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3.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비해야
문제는 우리에겐 대응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만 해도 추가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미국이 재정지출 축소에 이어 소비마저 줄게 되면 수출이 압박받을 게 뻔하다. 원 · 달러 환율 역시 방향성을 점치기 어렵다. 약달러로 인해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지만 외환시장의 취약한 구조 탓에 이 역시 단언키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환율이 되레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유입된 외국인 유가증권 투자만 해도 9조원을 훨씬 넘는다. 결국 위기의 구조화다. 한국의 정치는 과연 무사한가를 되물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정치는 지금 사회적 뇌물 경쟁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다. 그 점이 진정한 위기다.
1. 금융시장의 무정부적 혼란 가능성
세계금융시장은 큰 혼란으로 들어서는 모습이다. 영국 독일 등 AAA등급을 가진 국가들이 15개국이나 되지만 어느 곳도 미국을 대체해 세계금융의 중심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 일본 등 미 국채를 많이 보유한 경제 강국들이 채권을 무더기로 내다 파는 일이야 없겠지만 투자수요에는 분명 심대한 충격을 줄 것이다. 세계금융시장이 구심점을 잃고 무정부상태에 빠질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달러 약세에 따라 주요 국가들 간에 환율전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일본은 지난 4일 엔고를 저지하려고 무려 4조5000억엔(60조원 상당)을 달러 매입에 써 엔 · 달러 환율을 달러당 78.38엔으로 끌어올렸다. 그렇지만 S&P의 이번 조치는 일본이 헛심만 썼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당사자인 미국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국채금리가 0.5~0.7%포인트 정도만 올라도 미국 정부의 조달비용은 1000억달러 가까이 추가로 늘어난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이와 연계돼 있는 주택담보 · 자동차 · 학자금 등의 대출과 신용카드 이자가 동반 상승할 것이다. 미국의 소비가 줄고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시대가 재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달러와 금 교환을 중단했던 소위 닉슨 쇼크가 70년대를 대불황의 시대로 몰아갔음은 필지의 사실이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경쟁적인 화폐가치 하락 과정에서 실물부문에 일대 인플레 쇼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석유는 고질적인 공급 과잉의 문제가 있다고 하겠지만 금이나 곡물 등 기타 투기적 상품의 가격 변화는 예측 불허다. 불황 속 고물가의 공포가 세계를 지배하는 70년대 악몽의 재현이다.
2. 정부가 경제 살린다는 케인스 몰락
S&P의 이번 조치는 정부의 무능력과 포퓰리즘에 대한 평가다. 이는 미 정치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합의보다는 대결로 치닫는 치킨게임을 벌여온 미 정치에 대한 불신이다. 물론 신용등급평가 과정에서 민주당 오바마의 재선에 반대하는 미 금융권의 정서가 반영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내 정치에서조차 합의에 실패하면 정치의 위기는 확실하다. GDP 대비 재정적자는 2008년 3%였던 게 지금은 11%로 급등했다.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78%다. 100%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국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한다는 케인스식 경제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스에서 이탈리아 등으로 확대되는 유럽 위기도 원천적으로 재정을 통한 복지지출 확대가 원인이었다. 버냉키는 3차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경기를 살리기보다는 금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 가격의 거품을 더 키우는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3.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비해야
문제는 우리에겐 대응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만 해도 추가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미국이 재정지출 축소에 이어 소비마저 줄게 되면 수출이 압박받을 게 뻔하다. 원 · 달러 환율 역시 방향성을 점치기 어렵다. 약달러로 인해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지만 외환시장의 취약한 구조 탓에 이 역시 단언키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환율이 되레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유입된 외국인 유가증권 투자만 해도 9조원을 훨씬 넘는다. 결국 위기의 구조화다. 한국의 정치는 과연 무사한가를 되물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정치는 지금 사회적 뇌물 경쟁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다. 그 점이 진정한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