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바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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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미국 LA의 루스와 엘리엇 핸들러 부부는 친구인 해럴드 맷 맷슨과 함께 완구회사 마텔을 창업했다. '마텔'은 맷과 엘리엇을 합친 것.1959년 엘리엇은 딸 바버라가 종이로 다 큰 여자 모양 인형을 만들어 노는 걸 보고 무릎을 쳤다. 바비 인형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바비'는 바버라의 애칭.아기 모양 인형밖에 없었던 당시 태어난 키 29.21㎝ 바비 인형은 곧장 대박을 터뜨렸다. 바비는 이후 진화를 거듭했다. 1960년대엔 가발로 머리 모양을 바꾸고 무릎을 굽힐 수 있는 바비가 나왔고,70년대엔 허리를 돌리고 말하는 바비가 등장했다.
바비는 여성의 지위 또한 대변했다. 처음엔 시선을 내리 깔고 있었지만 67년부터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반영,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63년엔 대학을 졸업했고,73년엔 외과의사,86년엔 사업가,90년엔 특사 및 항공기 조종사,92년 대통령 후보가 됐다. 남자친구 '켄'과 동생이 생겼는가 하면 친구도 흑인 · 라틴계 · 아시아계로 늘어났다.
용기와 능력을 겸비한 여성의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소녀들에게 꿈을 심었다는 평과 늘씬한 서구형만 미인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교차되는 가운데서도 바비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수집가와 팬클럽은 물론 미스바비 유니버스대회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금발의 팔등신 백인으로 세계 인형시장을 석권해온 바비가 커다란 얼굴의 유색인인 후발주자 브라츠 인형에 무릎을 꿇게 됐다는 소식이다. 브라츠 인형의 저작권을 놓고 마텔과 브라츠 제작사인 MGA엔터테인먼트가 벌여온 길고 긴 법정싸움에서 마텔이 패한 까닭이다.
싸움이 시작된 건 2006년.마텔이 디자이너 카터 브라이언트가 브라츠 디자인 당시 자사 소속이었다며 MGA에 소송을 건 것.2008년 캘리포니아 연방 지방법원은 마텔의 손을 들어줬지만,2009년 말 순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고, 연방법원 또한 최근 마텔의 주장이 근거 없다며 MGA에 3억10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바비와 브라츠의 운명이 장차 어떻게 바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건 영원한 1등은 없고, 개인과 기업 모두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브라츠의 경우 처음부터 피부색과 눈색깔,얼굴 모두 다른 네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 돌풍을 일으켰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바비'는 바버라의 애칭.아기 모양 인형밖에 없었던 당시 태어난 키 29.21㎝ 바비 인형은 곧장 대박을 터뜨렸다. 바비는 이후 진화를 거듭했다. 1960년대엔 가발로 머리 모양을 바꾸고 무릎을 굽힐 수 있는 바비가 나왔고,70년대엔 허리를 돌리고 말하는 바비가 등장했다.
바비는 여성의 지위 또한 대변했다. 처음엔 시선을 내리 깔고 있었지만 67년부터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반영,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63년엔 대학을 졸업했고,73년엔 외과의사,86년엔 사업가,90년엔 특사 및 항공기 조종사,92년 대통령 후보가 됐다. 남자친구 '켄'과 동생이 생겼는가 하면 친구도 흑인 · 라틴계 · 아시아계로 늘어났다.
용기와 능력을 겸비한 여성의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소녀들에게 꿈을 심었다는 평과 늘씬한 서구형만 미인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교차되는 가운데서도 바비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수집가와 팬클럽은 물론 미스바비 유니버스대회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금발의 팔등신 백인으로 세계 인형시장을 석권해온 바비가 커다란 얼굴의 유색인인 후발주자 브라츠 인형에 무릎을 꿇게 됐다는 소식이다. 브라츠 인형의 저작권을 놓고 마텔과 브라츠 제작사인 MGA엔터테인먼트가 벌여온 길고 긴 법정싸움에서 마텔이 패한 까닭이다.
싸움이 시작된 건 2006년.마텔이 디자이너 카터 브라이언트가 브라츠 디자인 당시 자사 소속이었다며 MGA에 소송을 건 것.2008년 캘리포니아 연방 지방법원은 마텔의 손을 들어줬지만,2009년 말 순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고, 연방법원 또한 최근 마텔의 주장이 근거 없다며 MGA에 3억10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바비와 브라츠의 운명이 장차 어떻게 바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건 영원한 1등은 없고, 개인과 기업 모두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브라츠의 경우 처음부터 피부색과 눈색깔,얼굴 모두 다른 네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 돌풍을 일으켰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