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다양한 월지급식 상품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데다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된 데 따른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은퇴자들이 10%가 넘는 고금리 환경에서 확정금리형 예 · 적금만으로도 원금을 보전하며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과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도 초저금리 환경에 지친 은퇴세대를 중심으로 '매월 분배형 펀드'가 펀드 시장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초기엔 선진국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이 주류를 형성했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주식 · 채권 ·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자산배분형,신흥국가 채권 등에 투자하는 고수익채권형,자신이 택한 통화로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통화선택형 등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상품들이 나오는 추세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도 고령의 은퇴자들이 월지급식 펀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월지급식 금융상품이란

상품명에 반영돼 있듯 매달 일정한 현금흐름이 필요할 때 가입하는 금융상품이다. 일정한 현금흐름은 은퇴자의 생활자금일 수도 있고,회사가 직원의 정해진 급여를 지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월지급식은 특정한 상품이 아니라 적립식 · 거치식과 같은 투자 방법 중 하나로 봐야 한다.

매달 일정 분배금을 지급하는 점을 제외하면 월지급식은 기존 금융상품의 속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월지급식 상품은 신탁 · 채권 · 펀드 · 랩어카운트 · 주가연계증권(ELS) · 보험 등 다양하지만 투자형 상품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운용되는 기초자산 등에 기인한 상품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전통적인 월지급식 상품은 은행의 정기배당형 예금,보험사의 즉시연금보험이 있다. 은행 상품은 저금리로 인해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보험권에선 변동금리를 통한 실적배당과 10년 이상 가입 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즉시연금이 월지급식 상품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혼합형 또는 주식형펀드로부터 매달 자동 인출되는 형태의 월지급식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원금보장을 최대한 추구하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작년부터는 기존과 차별화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채권포트폴리오 상품이 대표적이다. 국공채의 안전성과 즉시연금을 넘어서는 고수익,절세 효과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투자자 필요에 따라 포트폴리오 구성도 가능하고 중도해지에 불이익도 없다.

올 들어선 미국 고수익채권,브라질 국채 등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많이 나왔다. 최근엔 랩어카운트 ELS 등의 월지급식 상품이 등장해 판매되고 있다.


◆위험과 수익의 균형 맞춰야

월지급식 금융상품은 퇴직금 등 목돈을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자금 규모를 우선 따져 최적의 상품을 골라야 한다. 거액 자금일 때는 이익금에 대한 종합과세 여부를 감안해 투자대상을 선택할 수 있다. 주식 매매차익은 비과세된다. 채권도 브라질 국채 등은 비과세다. 보험상품은 10년 이상 장기투자 시 비과세가 가능하다.

위험과 수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필수 고려사항이다. 고수익이 기대되는 상품은 자산가격 변동성이 높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것을 감수해야 한다. 투자자의 성향이나 선호도,금융상품 지식 정도,분배금의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달 지급되는 분배금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분배금은 운용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부분과 원금으로부터 인출되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자금 규모에 비해 월지급액이 적은 경우 운용 실적만으로도 충분히 분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익금이 지급액에 못 미치는 경우 원금이 인출될 수 있다. 원금 감소는 향후 이익금의 축소,만기 때의 원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입금액과 월지급금,기대수익률 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가 바람직

최근 실적배당형을 중심으로 국내 월지급식 상품들의 성과를 비교해보면 상당수가 최근 주가 조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 기초자산 특성별로 시장 부침에 따라 성과에 변동이 있게 마련이다. 일시적인 유행에 따라 한 상품에 돈을 모두 몰아넣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성향과 목적에 적합하도록 운용을 해야한다. 주식 · 채권 등 자산 간에,신탁 · 펀드 · 보험 등 상품 간에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투자가 바람직하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4%다. 미국 64.9%,영국 45.2%,일본 58.7%에 비해 매우 낮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고령화,경제활동 인구의 점진적 감소 등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를 볼 때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구조로는 오랫동안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은 하향 안정화되고 있으며 수익형 부동산의 임대수익률도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적 부동산 자산가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증식했던 시대에서 벗어나 금융자산을 통해 부를 늘려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금융자산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예금보다는 투자형 자산으로 자산배분을 해야 할 시점이다. 월지급식 상품은 이런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며 앞으로도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용 삼성증권 상품마케팅 담당 sy916.ho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