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즈의 캐디, 스콧에 승리를 선물하다
우승컵은 애덤 스콧(호주)이 차지했으나 진정한 승리의 감격은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가 맛봤다.

12년간 동고동락해온 타이거 우즈(미국)로부터 지난달 해고 통보를 받은 윌리엄스는 부상에서 회복한 우즈가 복귀 무대로 선택한 미국 PGA투어 월드골프챔피언십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서 보란듯이 새로운 '보스' 스콧과 함께 정상에 올랐다.

스콧은 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CC(파70)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아내며 합계 17언더파 263타로 리키 파울러(미국)와 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를 4타차로 따돌리고 '와이어-투-와이어(wire-to-wire · 첫날부터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는 것)'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조련사 캐디 윌리엄스

스콧은 마지막 26홀을 '노 보기'로 마쳤다. 그가 기록한 263타는 2000년 우즈가 기록한 259타 이후 가장 낮은 스코어다. 스콧의 우승에는 윌리엄스의 공이 가장 컸다.

그는 우즈와 함께 메이저 13승을 포함해 72승을 거뒀고 이 대회에서만 7승을 거뒀다. 누구보다 해박한 '우승 노하우'를 갖고 있는 윌리엄스는 우승 찬스가 왔을 때 '우승하는 법'을 스콧에게 전수해줬다.

33년간 캐디 생활을 하면서 145승을 올린 윌리엄스는 "내 캐디 생활에서 최고의 우승"이라고 소감을 밝힐 정도로 이번 우승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스콧 역시 "어느 누구도 윌리엄스만큼 이 코스를 잘 알지 못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투어 통산 8승째를 따낸 스콧은 앞으로 윌리엄스의 조언과 조율 덕에 더 많은 우승컵을 수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우즈와 '스콧 · 윌리엄스'의 맞대결이 언제 성사될 것인지를 놓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치 하먼과 결별,새 코치 영입

스콧은 과거 우즈의 스승이던 하먼과 2009년 결별하고 새로운 스윙 코치로 자신의 처남인 브래드 말론을 영입했다. 스콧은 드로샷을 구사하는 스타일인데 갑작스럽게 엄청난 훅이 나곤 했다. 이에 따라 왼쪽으로 덜 휘어지게 하는 데 온 노력을 기울였다.

스콧과 말론은 그립,정렬,자세 등 기본적인 것을 체크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등이 너무 둥글게 굽지 않도록 끊임없이 확인했다. 말론은 "스콧의 왼손 그립을 약하게 해 스윙 중 페이스가 닫히는 현상을 막았다. 또 백스윙 때 팔이 가슴에 붙게 해 백스윙 도중 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클럽 페이스를 '뉴트럴'하게 하고 클럽이 더욱 급한 각도로 볼을 향해 떨어지도록 노력했다.

◆스콧의 롱퍼터 교체

스콧은 스탠더드 퍼터를 사용하다가 퍼팅이 뜻대로 안 되자 지난 3월부터 샤프트가 긴 '롱퍼터'로 교체했다. 스콧은 퍼터 교체 이유에 대해 "퍼팅 자신감이 없었다. 특히 3m 이내 거리에서 퍼팅 성공률은 참담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롱퍼터를 쓰고 있던 말론 코치의 권유로 처음에는 장난삼아 롱 퍼터를 사용했다.

스콧은 리듬이 좋아지고 볼이 굴러가는 것도 매끄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주저하자 말론이 골프숍에서 롱퍼터를 사다주었다. 집 뒷마당에서 연습하다가 3월부터 공식 대회에서 사용했다.

현재 스콧이 쓰는 롱퍼터는 스카티 카메론이 만들어준 것으로 샤프트 길이가 49인치다. 2005년부터 롱퍼터를 사용하고 있는 김종덕 프로는 "롱퍼터를 쓰면 선 채로 퍼팅하기 때문에 그린 라인이 잘 읽힌다. 특히 쇼트 퍼팅이 잘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거리를 맞추기 힘들고 무겁다 보니 힘으로 퍼팅하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경태(25)는 이날 4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270타로 공동 6위에 올라 '메이저급'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