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서해상을 따라 북상한 제9호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지난 7일에 이어 8일에도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렸다. 초속 40m가 넘는 강풍으로 전남 가거도 방파제가 무너지는 등 공공시설 피해가 잇따랐고,6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태풍의 영향권에서 9일 0시부터 벗어날 예정이지만 태풍 여파로 비는 10일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바위도 날리는 초속 40m 강풍에 피해 속출

이번 태풍은 지난 7일 중국 상하이에 상륙해 중국 동해상으로 북상할 것이란 기존 예측을 벗어나 한반도 서해상으로 북상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를 비롯한 서남해안 지역은 강풍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다. 제주도엔 지난 7일 하루 동안 8월 강수량 기준으로 1923년 관측 이래 가장 많은 299㎜의 비가 쏟아졌다. 또 경상도 및 전라도에도 300㎜가 넘는 많은 비가 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부산에선 해안가 낚시객이 강풍으로 실족사하고,전남 완도에선 선박이 전복돼 1명이 숨지는 등 8일까지 전국에서 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태풍이 몰고온 초속 40m(시속 151㎞)가 넘는 강풍은 전남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 200m를 무너뜨리는 등 공공시설에 피해를 입혔다. 초속 40m의 강풍은 사람은 물론 커다란 바위까지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지닌다.

태풍의 영향으로 국내선 및 중국과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 결항도 잇따랐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선 중국 베이징 등을 오가는 비행기 도착 5편과 출발 10편 등 15편이 결항했고 23편이 지연 운항됐다. 앞서 전날에도 국내선 600여편이 무더기 결항사태를 빚었다. 또 연안여객 터미널에선 제주도행 여객선이 운항을 중단하는 등 결항편이 속출했다.

◆10일까지 비 지속,추석엔 더 큰 태풍

기상청은 태풍이 8일 오후 6시께 신의주 부근에 상륙해 세력이 약해지면서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10일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계속될 전망이다.

태풍이 서해상으로 이동하면서 머금었던 많은 양의 수증기가 한반도로 향하는 남서풍에 실려오면서 일부 지역에 많은 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선 벗어나겠지만 9일에도 남해안과 지리산 등 일부 지역에 시간당 3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태풍 무이파는 한반도 서해상을 관통했다는 점에서 지난 6월 말에 불었던 6호 태풍 '메아리'와 비슷한 특징을 보였다는 게 기상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메아리의 경우 장마전선과 맞물려 주로 중부지역에 많은 비를 뿌린 반면 무이파는 풍속이 강해 바람에 의한 피해가 컸다는 점이 다르다. 또 다소 중국 쪽으로 치우쳐 북상한 것도 피해 규모를 줄였다.

하지만 오는 9월엔 초대형 태풍이 전망돼 또다시 큰 피해가 우려된다.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북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높은 데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9월까지 남하하지 않고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추석을 전후해 강력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9월 태풍은 강도가 과거 강력한 태풍에 버금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역대 가장 강한 태풍 10개 중 7개가 9월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6~29일 집중 호우로 3543억원의 피해를 입은 경기도와 강원도 9개 시 · 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