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하고는 아주 다르다. 신용경색 상황이 지속되더라도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다. "(손무일 신한은행 자금부장)

8일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혼란해지자 시중은행들은 잇달아 긴급 회의를 열어 자산운용 전략과 자금조달 계획 등을 점검했다. 이들은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당장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며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시로 해 왔고,채권 · 환율시장이 주식시장에 비해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과 다르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이날 오전부터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련 위원회에서 앞으로의 경영전략을 점검하고 투자 패턴 조정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사태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원덕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2008년 리먼 파산 당시 달러를 빌리지 못해 쩔쩔매던 것과 달리,지금은 남는 달러자산을 굴리기 위해 하루짜리 단기자금인 콜시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쪽인 만큼 당분간 외화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성돈 국민은행 자본시장본부장도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지난달까지 사무라이본드 등을 통해 최소 수천억원대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현재는 큰 무리가 없다"고 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6개 국내은행의 7월 중장기차입 만기연장비율은 6월보다 79.4%포인트나 높아진 190%에 이르렀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오전 은행의 외화유동성과 관련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개선됐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이날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이나 만기연장(롤오버)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자금 시장 경색 우려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 외국계은행 국내지점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이 그렇게 만만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세계적으로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장기자금 조달 시장에 영향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성환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장도 "미국 시장과의 시차 때문에 9일 새벽까지 미국 증시 변화와 리보금리,미 국채금리 등을 지켜봐야 이번 쇼크가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갖는 것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