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은 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정책과 맞물려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맞이하고 있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이자 부문에서 핵심 이익도 늘고 있다. 블록딜 실패로 떠안았던 한전KPS 평가손실에 대한 우려 등 기존 디스카운트(할인) 요인들도 해소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투자증권은 아직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수준으로 낮게 거래되고 있다. 경쟁 대형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향후 주식시장을 전망할 때 우리투자증권은 뚜렷한 저평가 상태에 있다고 판단한다. 올 하반기 증시의 하루 거래대금은 9조5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형 증권주의 성장동력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일시적으로 흔들렸던 핵심 이익 회복

우리투자증권의 주가가 낮은 가장 큰 원인은 브로커리지 수익 능력 때문이다.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부문을 강화하면서 일시적으로 기존 브로커리지 수익력이 약해졌다. 과거 증권업은 약 65% 이상의 수익을 브로커리지 부문에 의지해 왔다.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는 '천수답식 수익구조'는 증권사의 장기 성장성을 약화시켰다.

우리투자증권은 낙후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005년 이후 자산관리 부문 강화 전략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대형사 중 가장 먼저 이자 손익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하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로 탈바꿈했다. 2008년 자산관리 부문의 경쟁력을 마련한 뒤에는 상대적으로 약해진 브로커리지 수익 능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 1위사와의 이 부문 격차는 2009년 월간 170억원에서 최근 37억원 수준으로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브로커리지 수익 능력이 높아지면 판매관리비 커버율(판매관리비 대비 위탁매매 수수료 비율)이 높아진다. 우리투자증권은 2009년 말 이후 브로커리지 1위사보다 높은 판매관리비 커버율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하반기 거래대금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경쟁사보다 빠른 속도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될 것으로 진단한다.
◆한전KPS 관련 손실도 정상화

또 다른 주가 할인 요인도 정상화하고 있다. 지난해 블록딜 실패에서 비롯한 한전KPS 보유 지분의 평가손실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한국전력이 보유하던 한전KPS 지분 매각을 주관하다 블록딜에 실패해 잔여 지분 5%(총 취득가액은 1504억원)를 떠안았다. 관련 손실은 2010 회계연도 3분기에 327억원,4분기에 308억원,2011 회계연도 1분기에 160억원 등 분기마다 반영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은 한전KPS 지분 224만주(5.0%) 중 69만주(1.53%)를 최근 매각해 우려를 줄였다. 총 매각 규모는 255억원에 이른다. 인수 당시 가격 6만6940원에서 45% 낮은 가격에 팔긴 했지만 이익 변동성을 크게 줄인 데 의미가 있다. 최근 한전KPS의 주가가 바닥권을 탈피한 것도 호재다. 오히려 지난달 170억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제 이익 개선에 도움을 주는 요인이 된 것이다.

◆금융당국의 IB 육성 의지도 호재

지난달 입법예고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증권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증권사들이 종합금융투자회사(대형 IB) 업무를 하려면 3조원을 넘는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는 증권사는 없다. 헤지펀드 등 새로운 시장이 허용됐지만 이를 키울 주인공이 없는 모순적 상황이다. 이는 대형 투자은행을 육성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도 된다.

정책 변수의 불확실성은 있다. 향후 금융당국이 규제를 어떤 방식으로 완화해갈지가 중요하다. 대형 투자은행 육성에 계속 초점을 맞추며 정책 강도를 높여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대형 투자은행을 육성하기 위한 두 번째 도전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의 성장이 경제 규모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대형 투자은행의 필요성을 더욱 높인다. 저위험 중개업무 중심의 증권사 수익구조로는 난제를 풀기 어렵다. 외형 성장만으로 투자은행이 되는 것은 역부족이다. 특히 국내 증권업계는 비슷한 수익구조를 가진 수많은 증권사가 난립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를 시장논리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금융당국이 간접적인 방식의 증권업계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자기자본 3조원을 넘으면서 투자은행 업무를 수행할 대형사들은 규제 완화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증권산업의 성장성은 현재 크게 떨어진 상태다. 대형사만의 차별적인 성장동력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증권주의 주가가 부진했던 근본 원인은 성장성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이제 펀더멘털(기업가치) 부문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사이에 주가가 차별화될 전망이다.

◆실적은 1분기가 바닥 전망

우리투자증권의 실적은 2011 회계연도 1분기(4~6월)에 저점을 형성할 전망이다. 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약 29% 감소하겠지만 이는 한전KPS 평가손실,판매관리비 증대 등 일회성 비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어서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 2분기에는 거래 대금이 늘고 일회성 비용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나아질 전망이다. 미국발 악재로 인한 주식시장 급락으로 투자심리가 훼손되었으나,증권사의 낮아진 주식 관련 자기매매 비중을 감안할 때 과거처럼 이익 규모를 심각하게 감소시킬 요인은 아니다. 오히려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며,높아진 변동성으로 인한 거래대금 증대가 수수료 손익을 확대시키고 있어 투자심리 회복시 증권주의 높은 상승률을 견인할 전망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주가 수준은 매력적인 구간에 있다. 1만6300원(8일 기준)인 주가는 2011 회계연도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PBR 0.7배,PER(주가수익비율) 8.7배 수준에 그친다. 목표주가는 2만7000원을 제시한다.

박선호 <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sunho.park@merit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