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저축銀 거액 예금자도 구제…"정치권 표 논리에 法治 근간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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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파산 의미 상실…예금자보호법 '유명무실'
"기존 피해 사례와 형평성 위배…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 있어"
"기존 피해 사례와 형평성 위배…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 있어"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산하의 '부실저축은행 피해구제대책' 소위원회가 결국 '사고'를 쳤다. 여야 의원들은 저축은행 5000만원 초과 예금자 전원에게 피해액의 60~100%를 돌려주는 특별법 마련에 9일 합의했다.
부산저축은행 등 영업정지 7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는 모두 3만2535명으로 금융위원회는 집계하고 있다. 이들이 예금한 돈 중 5000만원 초과분은 1960억원이다. 정부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의원들은 "법률을 바꿔버리면 그만"이라는 태도다.
◆무의미해진 예금자보호제도
전문가들은 이번 국회의 야합으로 앞으로는 금융회사의 파산이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정치권 합의로 금융회사의 파산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예금자보호법의 근간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예금자 보호 한도가 확 늘어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예금자 보호 한도를 늘리려 한다면 공청회를 거쳐 시장의 의견을 듣고,시뮬레이션을 통해 적정 수준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한도를 높이게 됐다"고 비판했다.
◆무한 연장 불보듯
국회의원들은 이번 방안이 '한시적'이라고 주장한다. 2008년 4월부터 2012년 초까지 본 피해에 대해서만 적용한다는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2012년까지의 피해를 가정한 것은 앞으로 닥칠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도 모두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이번 정권이 끝날 때까지를 시한으로 잡은 것도 묘하다.
윤 교수는 "한시적인 피해 구제라는 말처럼 웃기는 것이 없다"며 "앞사람까지는 피해를 구제해 주고,뒷사람은 해주지 않을 수 없는 만큼 피해 구제 대상 기간이 끝없이 연장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했다.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는 "억울한 사람이 어찌 저축은행 피해자뿐이겠느냐"며 "모든 억울한 사람을 돌봐주겠다고 하면 원칙이 무너지고,시장경제가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소불위 국회권력
정부는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지만 무소불위의 국회 권력을 견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이 판단하겠지만 정부는 그런 법안이 채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정치적 부담'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2009년 영업정지된 금융회사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장차 발생하게 될 유사 사례에 대한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일단 우리가 일을 저지를 테니 뒤는 행정기관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입법부가 행정부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 든다"고 말했다.
이상은/안대규 기자 selee@hankyung.com
부산저축은행 등 영업정지 7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는 모두 3만2535명으로 금융위원회는 집계하고 있다. 이들이 예금한 돈 중 5000만원 초과분은 1960억원이다. 정부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의원들은 "법률을 바꿔버리면 그만"이라는 태도다.
◆무의미해진 예금자보호제도
전문가들은 이번 국회의 야합으로 앞으로는 금융회사의 파산이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정치권 합의로 금융회사의 파산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예금자보호법의 근간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예금자 보호 한도가 확 늘어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예금자 보호 한도를 늘리려 한다면 공청회를 거쳐 시장의 의견을 듣고,시뮬레이션을 통해 적정 수준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한도를 높이게 됐다"고 비판했다.
◆무한 연장 불보듯
국회의원들은 이번 방안이 '한시적'이라고 주장한다. 2008년 4월부터 2012년 초까지 본 피해에 대해서만 적용한다는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2012년까지의 피해를 가정한 것은 앞으로 닥칠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도 모두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이번 정권이 끝날 때까지를 시한으로 잡은 것도 묘하다.
윤 교수는 "한시적인 피해 구제라는 말처럼 웃기는 것이 없다"며 "앞사람까지는 피해를 구제해 주고,뒷사람은 해주지 않을 수 없는 만큼 피해 구제 대상 기간이 끝없이 연장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했다.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는 "억울한 사람이 어찌 저축은행 피해자뿐이겠느냐"며 "모든 억울한 사람을 돌봐주겠다고 하면 원칙이 무너지고,시장경제가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소불위 국회권력
정부는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지만 무소불위의 국회 권력을 견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이 판단하겠지만 정부는 그런 법안이 채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정치적 부담'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2009년 영업정지된 금융회사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장차 발생하게 될 유사 사례에 대한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일단 우리가 일을 저지를 테니 뒤는 행정기관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입법부가 행정부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 든다"고 말했다.
이상은/안대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