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은 9일 조선업종에 대해 경기침체에 따른 신규수주 감소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다며 하지만 2009년처럼 신규 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코스피가 대폭 조정받은 가운데, 조선주의 조정폭은 다른 어느 업종보다도 두드러졌다. 특히 중소형주와 대형주에 상관없이 큰 폭으로 조정받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은 한진중공업으로 31.1% 하락했으며, 대형주 중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은 대우조선해양으로 27.2% 하락했다. 한 달 하락률로 따져 보면,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제외하고 모두 30% 이상의 하락을 보였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너리스트는 "이처럼 섹터 전반적으로 주가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이유는 최근에 발표된 대형조선업체들의 부진한 실적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그보다는 경기침체에 따른 신규수주 감소 우려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리먼사태 이후 2009년에 국내 빅 3 조선업체의 수주금액은 과거 4년 평균 수주금액의 20%에도 못 미치는 77억6000만 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엄 애널리스트는 최근 조선주의 급락은 이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조선업체들의 신규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지나치게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

2009년과 같이 신규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조선호황기와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체에게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최대 고객이 해운업체에서 에너지업체로 바뀌었다는 점"이라며 "과거에는 시리즈로 발주되는 대규모 상선 수주를 기본으로 하고 소량의 고가 해양플랜트 수주를 받았다고 한다면 이제는 대규모 해양플랜트 수주를 전체 신규수주 중 절반 넘게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011년 상반기 빅 3 조선업체의 신규수주를 해양과 상선으로 나누어 금액기준으로 산정해 보면 해양수주 금액이 총 수주 중 58.7%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 수주시황 판단은 최대고객인 에너지업체의 업스트림(Upstream) 투자를 바탕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엄 애널리스트는 "토탈, 엑슨모빌, 쉐브론 등 거의 대부분의 오일메이저가 금융위기에도 꾸준하게 업스트림 투자금을 늘려왔다"며 "이처럼 금융위기에도 꾸준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중장기적인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계획이 이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같은 중장기 계획을 수정해야 할 정도로 중장기 평균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9년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대까지 하락했으나 이는 일시적인 움직임이었고 연평균 60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오일매이저들의 장기 투자규모도 크게 영향 받지 않았다. 엄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충격으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처분 과정에서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배럴당 80달러 선을 위협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상 오일 메이저들의 장기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해양자원개발 수요 증가에 따른 대형 조선업체들의 중장기 수주모멘텀은 유효하다며 2014년 이후 신규생산을 시작하는 해양필드(offshore field)에 투입될 설비들의 본격적인 발주는 하반기 이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량대형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최근 주가하락으로 빅 3 조선업체의 투자매력도가 모두 높은 편이지만 경쟁업체대비 낙폭이 과도한 대우조선해양과 해양생산설비 발주의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중공업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