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백화점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현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의 체질이 '강골(强骨)'로 바뀌자 본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서고 있어서다.

작년 이맘때 일산 킨텍스점을 연 데 이어 오는 19일에는 대구점을 개점한다. 또 2014~2015년 서울 양재동,경기도 판교와 광교 등 수도권 요충지 세 곳에 초대형 점포를 동시에 열고 충남 천안아산지구에도 충청점을 열 계획이다. 프리미엄 아울렛 사업에 뛰어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복합쇼핑몰 형태로 들어서는 대구점은 이처럼 현대백화점이 추진하고 있는 수많은 신규 점포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이다. 현대백화점의 진출로 대구 지역의 유통 지도가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세 가지 면에서 그렇다. 우선 입지다. 현대 대구점이 들어서는 계산동 반월당 지역은 대구의 교통 요충지다. 대구 지하철 1,2호선의 유일한 환승역인 '반월당역'과 직접 연결된 데다 점포 바로 앞에는 10차선 달구벌 대로가 놓여 있다. 회사 관계자는 "반월당역은 하루 승하차 인원이 대구 지역에서 가장 많은 4만8000명에 달한다"며 "교통이 좋은 데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점에서 복합몰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현대 대구점의 두 번째 강점은 '넓다'는 것이다. 이 점포는 지하 6층~지상 10층,연면적 11만9000㎡,영업면적 5만6000㎡ 규모로 대구 · 경북 지역 소매점포 중 가장 크다. 경쟁 점포인 롯데백화점 대구점(4만2975㎡)과 대구백화점 프라자점(3만6363㎡)과 비교하면 영업면적이 24~54%가량 넓다. 면적이 넓은 만큼 점포 구성도 다채롭다. 단순히 물품 판매시설만 있는 기존 백화점과 달리 온 가족이 방문해 먹고,즐기고,쇼핑할 수 있도록 '복합쇼핑몰' 스타일로 구성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하 2~3층에 입점하는 CGV영화관이다. 모두 6개관이 들어선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영화를 즐긴 뒤 곧바로 백화점 매장으로 올라가 쇼핑을 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8~10층에 전문식당들과 함께 들어선 문화센터 및 문화홀도 이 점포의 자랑거리다. 국내 최대 규모로 들어서는 문화홀(1155㎡ · 600석)에서는 1년 내내 영화 시사회,아동극,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건물의 가장 아래층(CGV)과 가장 위층(문화홀)에 여가 시설을 들여놓은 셈이다. 문화센터의 경우 회원모집 첫날 1000명이 몰릴 정도로 대구지역 사회의 관심도 뜨겁다.

옥상공원도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의 옥상을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잔디를 심고 다양한 휴게시설을 들여놓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목동점,킨텍스점 등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구점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현대 대구점의 또 다른 차별점은 서울 강남 지역 못지않은 '명품' 브랜드들을 대거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입점이 확점된 브랜드만 60개에 달한다.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3대 명품 브랜드가 모두 들어선다.

특히 에르메스,티파니,토즈,로로피아나,끌로에,마크제이콥스 등 20여개는 대구 · 경북지역에 첫선을 보이는 브랜드들이다. 현대백화점은 고객들이 편안하게 '명품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브랜드별 매장 면적도 경쟁 점포보다 크게 할애했다.

현대 대구점을 대구지역 랜드마크로 부각시키기 위해 건물 외벽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활용한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으로 설치한 대형 스크린)도 설치했다. 크기가 가로 95m,세로 46m에 달한다. 아울러 식품관에도 고급 한우와 명인 식품코너 등을 마련,대구 지역 부유층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짰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입점 브랜드에서나 쇼핑환경,문화 · 편의시설 측면에서 그동안 대구시민들이 맛보지 못했던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내년에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개점 1~2년 만에 대구지역 최대 백화점으로 부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