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월요일'을 넘기니 '악몽의 화요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9일 국내 증시가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공포로 엿새째 급락세를 이어갔다.

코스피지수 1800선에 이어 1700선이 무너지면서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장중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스닥지수도 6% 넘게 폭락했다. 장 초반 10% 이상 급락세가 1분간 지속되면서 이틀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8.10포인트(3.64%) 급락한 1801.35로 장을 마쳤다.

전날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5∼6% 폭락한 가운데 코스피지수도 3%대 급락 출발했고, 이내 18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이에 코스피200선물이 5% 이상 폭락하는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서 전날에 이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는 역대 45번째 사이드카다.

중국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6.4%)를 0.1%포인트 웃돈 6.5%로 발표되면서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키워 17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이와 함께 장중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1000조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한때 184.77포인트 떨어진 1684.68를 기록, 전날에 이어 장중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200변동성지수도 장중 70.33까지 뛰어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당시인 2008년 11월11일(70.45)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오후 들어 기관 매수세가 추가 유입되며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줄여가는 흐름을 보인 끝에 1800선을 회복했다.

연기금(5055억원 순매수)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 매수 규모을 늘리며 지수 방어에 나서 915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도 사흘 만에 '사자'로 돌아서 1199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엿새째 '팔자'에 나서 1조175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오후 3시 기준). 이는 1조177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지난 3월10일 이후 최대 순매도 규모다.

프로그램 매물은 꾸준히 덩치를 불리면서 증시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차익거래는 8252억원 순매도, 비차익거래의 경우 277억원 순매수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7975억원 매도 우위로 집계됐다.

전 업종이 약세로 장을 마친 가운데 운수장비와 화학 업종은 1% 미만으로 낙폭을 줄여 거래를 마감했다. 운수장비업종에선 현대모비스와 현대중공업 등이 장중 반등에 성공했고, LG화학, 호남석유 등 일부 화학주도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현대모비스, LG화학,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시총 1∼10위권 종목들이 전부 하락했다.

박승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연기금과 국가 등 방어적인 성격의 자금들이 장 후반 집행되면서 코스피지수 낙폭이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등이 투자심리 개선에 힘을 실었고, 중국 7월 물가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8월 하락에 기대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하락 종목수는 하한가 20개 등 790개로 나타났다. 상승 종목 수는 상한가 5개 등 97개에 불과했고, 27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29.81포인트(6.44%) 떨어진 432.88로 장을 마쳤다.

한때 '수급 공백' 상태가 이어지면서 낙폭을 확대한 지수는 10% 이상 급락하는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돼 역대 여섯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이에 매매 거래가 20분간 중단된 후 오전 11시1분 거래가 재개됐지만 낙폭이 추가적으로 확대, 한때 4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다만 이후 기관 매수세가 유입돼 430선에서 장을 마감했다.

아울러 코스닥 스타지수선물은 이날 두 번이나 매매가 중단됐다. 우선 오전 9시23분 한 계약이 급등하면서 스타지수선물과 스타지수선물스프레드 거래가 5분간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어 선물가격 및 현물지수(스타지수)가 급락, 오전 9시39분엔 올 들어 첫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에서 10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공포에 질린 개인도 446억원 가량 매물을 내놨다. 기관만 356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모든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기타 제조 업종이 11% 넘게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다. 종이목재가 0.85% 하락에 그쳐 그나마 선방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줄줄이 하락했다. 시총 100위권 내에서는 포스코켐텍 등 13개 종목만이 상승했다.

코스닥시장 상승 종목은 상한가 12개를 비롯해 80개에 불과했다. 하한가 74개 등 926개 종목이 내렸고 10개 종목은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엿새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60원(0.52%) 뛴 1088.1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김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