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우리금융 매각룰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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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에 또 넘겨줄 판…비은행 자본에 문 열어줘야
오는 17일이 되면 우리금융지주 인수후보자들이 드러난다. 예금보험공사 지분(56.97%)을 매입할 뜻이 있는 곳은 이날까지 예비입찰제안서를 내야 한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 제안서를 토대로 이달 말까지 적격 여부를 가려 다음달 본입찰을 실시하고 10월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일정이 순탄하게 완료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자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는 곳이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일색이기 때문이다. 2000년 뉴브리지캐피털이 제일은행을 인수했던 것을 시작으로 칼라일펀드가 한미은행(2001년),론스타가 외환은행(2003년)을 가져갔던 참담한 상황이 재연될 판이다. 은행을 또 다시 사모펀드에 넘겨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한빛은행 등의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우리금융지주를 세운 것이 2001년 3월이다. 이미 10년을 허송세월하고도 이런 꼴이니 말이 아닌 것이다.
차제에 게임의 룰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3대 원칙부터가 실효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 들어 있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조기 민영화,국내 금융산업 발전 등이 그것이다. 이 조항이 만들어진 것은 2008년 3월이다. 애초 DJ정부 때인 2000년 10월 제정됐던 법률에 비하면 매각시한이 사라지고 공적자금 조기 회수가 극대화로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민영화를 위한 지분매각 시한은 처음에는 우리금융 설립일을 기준으로 4년(2005년 3월) 이내로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시한까지 매각이 안 되자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1월 당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법을 첫 개정해 시한을 7년(2008년 3월)으로 늘려줬다. 그래도 지분매각이 실패하자 정부가 2007년 12월27일 지금의 3대 원칙을 담은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듬해 개정이 완료됐다.
물론 우리금융 민영화가 시한을 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시한을 못박는 것과 구속력이 없는 '조기 민영화'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정부에 일종의 면죄부가 주어진 것이 민영화가 이렇게까지 지체돼버린 구실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가 없다. 정부가 그동안 우리금융이 한미캐피탈 LIG생명보험 등을 인수해 덩치를 키우게 허용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도 조기 민영화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단지 자금을 최대한 빼내겠다면 지분 매각시기를 가능한 한 늦춰 주가가 더 오르기를 기다려 파는 게 맞을 것이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사모펀드만 득실거리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올해는커녕 내년,후년에 가본들 새로운 인수자가 나올 것이란 보장이 없다. 정부는 철학을 바꿔 민영화의 3대 원칙을 포함한 게임의 룰을 전면적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국내 금융지주와 비은행 자본의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동양 미래에셋 한국투자 등 비은행 금융지주회사를 지향하는 업체들에 문을 열어주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 이들의 참여가 은행업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해가 될 리는 만무하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그렇지만 이런 일정이 순탄하게 완료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자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는 곳이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일색이기 때문이다. 2000년 뉴브리지캐피털이 제일은행을 인수했던 것을 시작으로 칼라일펀드가 한미은행(2001년),론스타가 외환은행(2003년)을 가져갔던 참담한 상황이 재연될 판이다. 은행을 또 다시 사모펀드에 넘겨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한빛은행 등의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우리금융지주를 세운 것이 2001년 3월이다. 이미 10년을 허송세월하고도 이런 꼴이니 말이 아닌 것이다.
차제에 게임의 룰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3대 원칙부터가 실효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 들어 있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조기 민영화,국내 금융산업 발전 등이 그것이다. 이 조항이 만들어진 것은 2008년 3월이다. 애초 DJ정부 때인 2000년 10월 제정됐던 법률에 비하면 매각시한이 사라지고 공적자금 조기 회수가 극대화로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민영화를 위한 지분매각 시한은 처음에는 우리금융 설립일을 기준으로 4년(2005년 3월) 이내로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시한까지 매각이 안 되자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1월 당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법을 첫 개정해 시한을 7년(2008년 3월)으로 늘려줬다. 그래도 지분매각이 실패하자 정부가 2007년 12월27일 지금의 3대 원칙을 담은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듬해 개정이 완료됐다.
물론 우리금융 민영화가 시한을 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시한을 못박는 것과 구속력이 없는 '조기 민영화'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정부에 일종의 면죄부가 주어진 것이 민영화가 이렇게까지 지체돼버린 구실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가 없다. 정부가 그동안 우리금융이 한미캐피탈 LIG생명보험 등을 인수해 덩치를 키우게 허용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도 조기 민영화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단지 자금을 최대한 빼내겠다면 지분 매각시기를 가능한 한 늦춰 주가가 더 오르기를 기다려 파는 게 맞을 것이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사모펀드만 득실거리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올해는커녕 내년,후년에 가본들 새로운 인수자가 나올 것이란 보장이 없다. 정부는 철학을 바꿔 민영화의 3대 원칙을 포함한 게임의 룰을 전면적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국내 금융지주와 비은행 자본의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동양 미래에셋 한국투자 등 비은행 금융지주회사를 지향하는 업체들에 문을 열어주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 이들의 참여가 은행업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해가 될 리는 만무하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