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워런 버핏(사진)이 소유하고 있는 벅셔해서웨이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버핏이 핏대를 세우며 비난한 데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8일 S&P는 벅셔해서웨이의 신용등급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앞으로 벅셔해서웨이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S&P는 "벅셔해서웨이의 보험 부문이 전망을 낮춘 데 영향을 미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2분기에 보험 부문에서 9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앞서 1분기에는 9년 만에 처음으로 8억21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버핏은 "모든 자회사 가운데 보험회사가 최고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미국 재보험사 트랜스애틀랜틱 경영권 인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CNBC 등 외신들은 버핏의 최근 발언 탓에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핏은 6일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S&P의 실수"라며 "만약 AAAA 등급이 있다면 난 미국에 이 등급을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S&P의 경쟁사인 무디스의 최대주주인 것도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미국 체크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인 스티브 체크는 "보험 사업이 벅셔해서웨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를 이유로 신용전망을 낮춘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S&P는 이날 미국 국채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신용등급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국립증권수탁소 국립증권정산소 등 4개 증권 관련 기관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했다. S&P가 잇따라 신용등급 강등을 발표하자 미국 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여전히 AAA등급 국가"라며 S&P의 결정을 비난했다. 상원 금융위원회는 S&P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유를 두고 정보를 수집 중이며 청문회를 열 가능성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