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해 '연금 충당부채'를 산정해 국가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상장법인들이 적용받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퇴직급여 회계처리 방식인 '보험수리적 평가방법'을 준용해 연금회계준칙을 확정짓고 지난 4일 고시했다고 9일 밝혔다.

충당부채는 지출시기 · 금액 등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금으로부터 발생하는 미래지출액을 산정해 현재 시점에서 정부 부채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가입자가 120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연금 충당부채는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회계업계는 전망했다.

◆연금 충당부채 설정은 어떻게

정부는 작년 3월 국가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국가재정에 대한 회계처리를 위해 민간기업들이 채택 중인 발생주의 · 복식부기 회계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국가 재정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일종의 잠재부채인 연금 충당부채를 국민 · 사학 · 공무원 · 군인연금 등 이른바 4대 공적연금 중 어느 연금을 대상으로,어떤 방식으로 인식할지 여부였다. 회계제도 변경 방식으로 국가 부채 규모 증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바로 연금 충당부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4대 연금 중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해 상장법인 '보험수리적 가정'을 적용해 충당부채를 인식키로 했다. 연금 충당부채 산정은 몇 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우선 두 연금에 가입돼 있는 공무원과 군인들이 퇴직 후 받게 될 연금액을 추정(연금추정지급액)해야 한다. 하지만 이 돈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에 지출되기 때문에 국고채 이자율로 연금추정지급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한다. 이렇게 나온 현재가치 연금추정지급액 중 연금가입자의 전체 근무기간 추정치에서 현재까지 재직기간이 차지하는 비율만큼 충당부채로 인식하게 된다.

◆공무원 · 군인연금 개혁 논의 재개될 듯

공무원 · 군인연금 가입자가 약 120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연금 충당부채는 많게는 100조원을 넘을 수 있다고 증권 및 회계업계는 예상한다. 한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공무원과 군인들이 퇴직 후 보수적으로 월 평균 200만원 정도를 20년간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금 충당부채는 적게는 50조원을 넘고 많게는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금충당부채가 올 연말께 최종 확정돼 국가재무제표에 기재될 경우 공무원 및 군인연금에 대한 개혁 논의도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군인연금은 1977년,공무원연금은 2001년 기금이 바닥나 부족분을 전액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은 2008년 1조4300억원에서 2015년 6조5000억원,2050년 57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지금은 매년 부족분을 정부가 메워주고 있지만 수십조~수백조원의 부채가 일시에 잡힐 경우 국민들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한 반감이 확산될 공산이 높다"며 "지금부터라도 두 연금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공무원의 임금현실화와 함께 연금 지급 체계를 개편하는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