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미국에 뒤통수 맞은 '동해'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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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동해 표기와 관련해 '뒤통수'를 맞았다. 미국이 8일(현지시간) 공개적으로 '일본해(Sea of Japan)' 단독 표기 방침을 밝혔다. 그것도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였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일본해를 단독 표기하는 것은 연방정부 기관인 지명위원회(BGN)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최근 유엔 산하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제출했고,IHO는 이를 회원국들만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내년 4월 IHO 총회의 바다이름 표기 규정집 발간을 앞두고 각국은 치열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IHO는 내년 총회에서 각국 해양지도 제작의 준거가 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개정판을 내기 위해 2년 전부터 실무그룹을 운용하고 있다. 실무그룹에는 남 · 북한과 일본 등 2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가장 첨예한 현안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막대한 미국이 공개적으로 일본 편을 들고 나섬에 따라 영국 등 주요 국가들까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정부는 뒤늦게 '일방적으로 일본을 두둔하지 말라'며 미국 정부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해 동해와 일본해 표기를 병기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는데도 정부는 느긋하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9일 "2000년 주요 세계지도를 조사했을 때는 2.8%가 동해 병기를 했지만 2009년엔 28.1%로 따라잡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유엔에 가입한 1991년부터 동해 표기에 대한 노력을 시작한 반면,일본해 표기는 18세기 말 근대적인 지도가 만들어질 때부터 이뤄졌기 때문에 '100년 늦은 것 치곤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게 외교부의 논리다.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느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HO의 결정은 국가 간 경계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내포하는 만큼 정부는 더욱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뒤통수 맞은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일본해를 단독 표기하는 것은 연방정부 기관인 지명위원회(BGN)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최근 유엔 산하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제출했고,IHO는 이를 회원국들만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내년 4월 IHO 총회의 바다이름 표기 규정집 발간을 앞두고 각국은 치열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IHO는 내년 총회에서 각국 해양지도 제작의 준거가 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개정판을 내기 위해 2년 전부터 실무그룹을 운용하고 있다. 실무그룹에는 남 · 북한과 일본 등 2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가장 첨예한 현안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막대한 미국이 공개적으로 일본 편을 들고 나섬에 따라 영국 등 주요 국가들까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정부는 뒤늦게 '일방적으로 일본을 두둔하지 말라'며 미국 정부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해 동해와 일본해 표기를 병기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는데도 정부는 느긋하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9일 "2000년 주요 세계지도를 조사했을 때는 2.8%가 동해 병기를 했지만 2009년엔 28.1%로 따라잡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유엔에 가입한 1991년부터 동해 표기에 대한 노력을 시작한 반면,일본해 표기는 18세기 말 근대적인 지도가 만들어질 때부터 이뤄졌기 때문에 '100년 늦은 것 치곤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게 외교부의 논리다.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느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HO의 결정은 국가 간 경계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내포하는 만큼 정부는 더욱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뒤통수 맞은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