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과) 함께 일한 사람들은 서민 자제들입니다. 저는 강남에서 성장한 장남이 서민들의 생활과 애환을 이해하기 바랐습니다. 사회에 대해 좀더 폭넓은 시각을 갖기 원했습니다. "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권 후보자의 장남이 군 복무 대신 후보자의 고교 동창이 운영하는 경기도 포천 공장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한 것과 관련,의혹을 제기하는 질문이 잇따르자 내놓은 '해명'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해명은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날 인터넷에는 "강남에서 키운 귀한 자식에게 서민체험 한 번 시켜봤다는 거냐","제대로 병역의무를 다한 일반 국민을 모욕하는 발언"이란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장남 병역문제는 권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이었다. 그의 장남이 모교인 서울대 공익근무요원이 되기 위해 주민등록지를 모교 인근으로 바꾸는 등 위장전입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권 후보자는 "사실을 알고 원상복귀시킨 뒤 산업기능요원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왜 서울에서 왕복 네다섯 시간이 걸리는 먼 곳에까지 가 단순작업을 하는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게 됐는지,그것도 하필이면 권 후보자의 지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는지 등에 대한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고위공직자 본인이나 가족의 병역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많았지만,권 후보자 장남의 경우는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터였다.

고위공직자는 사석에서 한 실언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권 후보자가 말 실수를 한 인사청문회는 사석이 아니다. 권 후보자에 앞서 인사청문회를 거친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예를 들면,컨설팅회사를 고용해 '함부로 웃지도 말라'는 조언을 들을 정도로 인사 후보자들은 만반의 준비를 한다. 예상질의와 답변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임해도 어렵고 긴장된다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서 나온 말 실수라 더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다.

강남에서 키웠든 강북에서 키웠든,모든 부모에게 자식은 귀한 법이다. '서민'이라는 단어는 잘못 쓰면 고위층이 향유하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계층을 비하하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고위공직자 후보로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이고운 지식사회부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