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의 법조 산책] 거품 빠진 '검찰 株價'…풀 죽은 검사들
서울시 서초동 검사들은 검찰 내 같은 기수 중 에이스급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때깔도 다른 것 같다. 명함지갑에 몽블랑마크가 붙어있거나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다녀도 별로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좀 다른 모습이 눈에 띈다. 하나같이 풀이 죽어 있다.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 입성이 유력한 A검사는 주변에 "사법시험 보지 마라"고 조언해준단다. 물가를 감안해 실제 구매력을 따지는 실질환율처럼 검찰에서 종래 권위를 뺀 실질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는 것.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지방에서는 20대 초 · 중반에 소년등과해도 '영감님'소리를 들었다. 요새는 '그냥 검사'일 뿐이다.

대학 4학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사법연수원 동기 중에서 선두를 달리는 B검사도 목소리에 힘이 없기는 마찬가지.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와 연수원 기수로 불과 5년 차이여서 옷을 벗을 날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당장 변호사로 개업하자니 막막하다. 그럴 듯한 로펌은 이미 꽉 찬 상태고,단독 개업하자니 브로커에 휘둘릴 것 같다. 그래서 로스쿨 교수 같은 또다른 공직에서 봉사하고 싶단다.

검찰이 자신감을 상실했다. 권위도 떨어졌고,외부의 신뢰도 사라졌다. "검찰에 남은 건 수사권 하나인데 경찰이 그마저 나눠 가져가버렸다"는 자조만 들린다.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 나온 검찰총장 내정자에게선 예전만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았다. 차트까지 동원해 의혹들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평범한 공직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법질서 최후의 보루는 검찰이다. 어떻게든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한 총장 내정자에게 주어진 숙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