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가 막바지 단계에 온 것 같다. 미국 의회 지도부가 한 · 미 FTA 이행법안을 9월 중 처리키로 합의,가을 회기 상하 양원 통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협정 타결 4년 반 만이다. 이제 우리 국회도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은 줄곧 터무니없는 재재협상론으로 비준 거부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자동차 추가협상으로 이익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강변하지만 노조세력과 농민의 반대에 편승해 FTA를 뒤엎자는 정치공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미국에도 한 · 미 FTA 반대론이 적지 않다. 우리 손해가 크다면 그만큼 미국의 이익이어야 할 텐데 미국의 반대세력들은 오히려 자국 산업의 심각한 충격과 파탄을 우려하고 있다. 윈-윈(win-win)의 교역증진을 지향하는 FTA로 인해 양쪽이 서로 잃는 게 많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니 그 또한 수수께끼다.

미국 입장에서의 반대 논리는 무엇일까. 뒤집어 보면 그것이 우리에게는 한 · 미 FTA의 이득 논리이자 비준안 처리를 빨리 서둘러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미국 정 · 재계에서의 상당한 영향력을 주장하면서 협정 폐기를 촉구하는 언론광고에 이어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한 · 미 FTA 반대 단체가 그들의 홈페이지(Economyincrisis.org)에 올린 텍스트를 참고할 만하다. "한 · 미 FTA는 관 (棺)속에 들어간 미국 경제에 마지막 못을 박는 것"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주요 내용을 인용하면 이렇다.

"이미 우리(미국)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인해 제조업 경쟁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제조업체들은 시간당 임금이 2달러 수준인 멕시코로 빠져나갔고,그곳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관세도 세금도 내지 않고 다시 미국으로 들어와 산업을 초토화시켰다. 우리도 임금을 2달러로 내리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 · 미 FTA는 미국 제조업 파괴를 가속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무역과 금융에 관한 미국의 통제력을 잃게 할것이다. 한 · 미 FTA가 미국 경제에 재앙인 이유는 많다.

워싱턴의 경제정책연구소(EPI)는 한 · 미 FTA 협정발효 7년 안에 15만9000개의 미국 일자리가 사라지고 167억달러의 무역적자를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의 고통이 커지고 한국은 '임금우선법' 같은 핵심적 미국법까지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FTA로 인해 많은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의 사냥감으로 내몰릴 것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시장에서 번 돈으로 미국 주요 산업을 대거 사들여도 미국은 재정적으로든 법적으로든 그것을 막기 위한 지원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FTA에 따른 미국 내 외국인 투자에 대한 폭넓은 권리부여로 한국은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 미국 시장을 확대하겠지만 미국은 같은 방식으로 한국 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 한국은 또 계속 수입장벽을 쌓을 것이다. 한국의 10% 부가세 제도만 해도 관세와 같은 수입장벽이 될 수 있다. 반면 한국 상품은 미국 시장에 세금없이 무제한 들어오게 된다. 한국은 세제혜택 보조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지만 미국은 안 된다. 한국은 쉽게 환율을 조작하고 있는데 그것을 막을 수도 없다. 결국 한 · 미 FTA는 미국 경제 파산의 지름길이다. "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미 의회전문지에 글을 올려 "한 · 미 FTA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줄이는 공멸(lose-lose)"이라고 주장한 시각과도 일치한다. FTA 협상을 타결시킨 지난 정부 장관 출신의 자기부정과 반(反)국가적 행태가 어이없다.

미국의 한 · 미 FTA 부정론(否定論)이 이렇다면 우리에겐 더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기회이자 FTA의 당위성 아닌가. 정작 국내 자동차 업계는 빨리 비준하자는데 자동차 산업의 이익균형이 깨졌다고 억지 부리는 야당의 반대는 자가당착의 전형이다. 어떤 길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 분명해졌는데도 계속 발목을 잡을 건가.

추창근 기획심의실장ㆍ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