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그룹 이미지 쇄신에 발벗고 나섰다. 이 사장은 최근 야구장을 깜짝 방문해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는가 하면, 재래시장을 찾아 서민 먹거리를 사먹는 등 친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0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사장은 김순택 미래전략실장과 함께 삼성미소금융 수원지점을 방문해 업무현황을 듣고 재래시장인 팔달문 시장을 찾아 서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이 사장은 미소금융 캠페인을 상징하는 파란색 조끼를 직접 착용하고, 팔달문 시장 곳곳을 누비며 홍보활동에 나섰다.
미소금융 대출 자격과 조건, 대출 상품 등이 적힌 안내장을 배포하고 상인들로부터 미소금융과 관련된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들었다.

또 삼성미소금융으로부터 대출받아 창업한 몇몇 가게를 방문해 물건을 구입하며 사업 번창을 기원하기도 했다. 특히 이 사장은 한 도너츠 가게에서 3개에 1000원짜리 찹쌀 도너츠를 시식하고는 "맛있다"며 즉석에서 이를 구매하기도 했다.

이어 가게를 돌며 인사를 나눌 때마다 찐 옥수수, 만두, 작은 화분, 여성용 머리띠, 사과, 밑반찬, 풋고추 등을 사는 바람에 나중에는 양손 가득 검정색 비닐 봉투가 들려 있었다.

삼성미소금융은 2009년 12월 사업을 시작한 이래 전국에 11개 지점과 4개 출장소를 운영하며 서민을 대상으로 사업자금 등을 대출하고 있다. 7월말 현재 미소금융재단 가운데 가장 많은 2806건, 389억원의 대출을 실시했다.

삼성은 미소금융의 활성화를 위해 올해 안에 400억원을 추가로 출연해 1000억원으로 늘리고, 제과제빵점, 휴게음식점, 경정비업소 등 직업별 다양한 고객을 발굴해 니즈에 맞는 특화상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현재 65% 수준인 출연금 대비 대출금 비율(출연금 600억원, 대출금 389억원)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앞서 이 사장은 삼성과 LG의 경기가 열렸던 지난 달 29일 자녀들을 데리고 잠실야구장을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삼성 내부에서조차 이사장의 방문은 예정에 없던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이 사장은 더욱이 경기가 끝난 뒤 직접 그라운드로 내려와 선수들과 일일히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또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가며 격려의 말을 건네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 관계자들은 "이 사장이 평일 저녁에 경기를 보러와 더그아웃까지 내려온 적은 이제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 날 이 사장은 해외출장길에 오르기 전 선수들에게 갤럭시탭 10.1인치 50대를 선물하라는 통 큰 지시를 내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사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특별히 의도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최근 그룹 차원에서 친서민 정책, 동반성장, 중소기업 지원 등을 강화하고 있는만큼 오너 일가의 한 사람으로서 경영방침을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삼성하면 다소 차가운 이미지가 떠오르곤 했다"며 "이 사장이 친근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분위기를 바꾸려는 의지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대ㆍ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MRO(소모성 자재구매대행) 자회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K)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지역 의료계의 반발을 수용해 강북삼성병원의 천안검진센터 설립 계획을 백지화했다. 지난 달에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원의 기금을 출연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1등 기업' '경쟁 제일' 등을 강조하던 그간의 모습을 버리고 '포기 경영'을 통해 상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