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미국발(發) 훈풍에 7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외국인 매물 압박이 여전한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선 당분간 외국인 매도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염두에 두고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89포인트(0.27%) 오른 1806.24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차익거래 등을 통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넘게 매물을 쏟아내면서 지수 발목을 붙잡았다.

최근 한달 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틀을 제외하고 연일 매도 우위 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까지 최근 7거래일간 4조534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9일까지 6거래일간 3조251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고, 이날 작년 11월11일(1조3099억원 순매도) 이후 최대 규모인 1조2829억원어치(오후 3시 기준)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급락장세를 이끈 것이 유럽계 자금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시가 급락한 이달 2일부터 지난 8일까지 외국인은 국내증시에서 2조251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유럽계 자금(9381억원 순매도)이 주로 빠져나갔고, 미국계 자금도 4530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외인의 '팔자' 기조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럽지역 자금 여건 개선이 선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는 9∼10월에도 유럽 재정부실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몰려있기 때문이다.

유수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차익거래를 통한 외국인 매물 출회와 함께 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며 "오는 9~10월 유럽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몰려있어 유럽계 자금의 매도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외국인의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1조465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지만 국가지자체의 경우 507억원 순매도에 그쳤다"며 "삼성전자 등 대형주 매매 상위 창구에 비춰 유럽계 자금의 회수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외국인 매매 기조가 순매수로 돌아서기 쉽지 않을 전망인 만큼, 연기금과 투신 등 국내 수급주체들의 동향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프로그램 매물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밀렸지만 미국 악재가 주가에 상당수준 반영됐다는 점에서 2000선 수준까지 반등은 가능할 것"이라며 "당분간 연기금 등 국내수급을 중심으로 한 투자전략 수립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시 급락으로 저가 메리트가 부각될 수 있는 시점"이라며 "개인자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화 장세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